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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 3층여관위로 별 흐르는 사막의 밤

Posted November. 07, 2002 23:00   

튀니지를 여행하는 즐거움은 아라비안 나이트의 지혜로운 여인, 세헤라자드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견줄 만하다.

길게 뻗은 국토를 따라 여행하면서 사막의 유목생활부터 고층빌딩이 들어선 현대도시, 카르타고에서 비잔틴에 이르는 고대문명,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한 제국주의시대 유럽의 흔적까지 다양한 문화 코드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튀니지의 뿌리인 카르타고를 중심으로 고대국가들의 치열한 전투를 생생하게 현실로 불러온다. 시간을 넘나든다는 기대를 안고 한니발과 사막의 베르베르족을 만나는 좁은 문으로 걸음을 옮겨본다.

사막과 해변을 잇는 삼각루트

북아프리카의 마그레브(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이슬람국가들로 튀니지 모로코 알제리가 포함된다. 해지는 서쪽이라는 뜻) 3국 중 하나인 튀니지는 우리나라에서 비행기로만 꼬박 하루가 걸리는 곳이다. 직접 연결편이 없기 때문에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을 경유해 23시간 다시 비행기로 이동해야 한다. 수도는 튀니스. 오랜 식민지배를 거쳐 경제부흥기를 맞고 있지만 아직도 튀니스 시가지는 196070년대 서울의 모습이다.

튀니스의 대표적인 박물관은 1882년 건립된 바르도박물관이다. 마그레브에서 가장 중요한 고고학 박물관이자 세계 최고의 모자이크 수집관이다. 3층 건물의 벽과 바닥이 온통 모자이크로 장식됐다. 이곳을 기점으로 대통령궁이 있는 마을인 시디 부 사이드와 구 시가지인 메디나를 중심으로 시장과 거리 풍경을 살펴보는 것이 튀니스 관광의 주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튀니지 관광의 진정한 매력은 남쪽 도시 토제르에서 시작되는 유목민 마을 탐방에 있다. 아프리카 내륙 깊숙이 주거지를 갖고 있는 베르베르족과 오아시스, 사막의 토굴 여관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그 어떤 여행의 즐거움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이다.

튀니지를 제대로 여행하려면 먼저 지도를 펼쳐놓고 수도인 튀니스를 중심으로 삼각형을 그리는 게 좋다.

우선 튀니스에서 비행기로 1시간가량 떨어진 내륙지방 토제르로 남하한다. 공항이 있는 토제르는 육로로는 4, 5일이 걸리는 수도와 다른 도시들을 쉽게 연결시켜 주는 곳이다. 이곳을 기점으로 사막과 유목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마을들인 네프타, 체비카, 타마르자, 마트마타를 차례로 살펴본 후 동쪽에 있는 해변의 번화한 휴양도시로 이동하는 삼각행로가 튀니지 여행의 황금코스다.

유럽인들은 비포장도로가 많은 이 도시들을 여행하기 위해 주로 렌터카(랜드로버)를 이용한다. 운전사와 가이드가 동반된 패키지형 랜드로버 일주상품도 마련되어 있다. 자유인이라는 뜻의 아마지그라는 호칭으로 불리기를 더 좋아하는 베르베르족은 오아시스 마을인 체비카와 유목민들의 마을인 타마르자, 마트마타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중 마트마타는 스타워즈 I의 촬영지였다. 거친 사막을 배경으로 제다이로 선발된 주인공이 등장하는 장면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마트마타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박하잎차와 시원한 물수건

튀니지는 어느 도시, 어느 마을을 가든 이방인들을 환대하는 편이다. 거친 사막을 달려온 손님을 맞는 첫 번째 예의는 목 안까지 칼칼해지는 박하잎 차와 시원한 물수건대접. 호텔이든 가정집이든 예외가 없다.

가느다란 물줄기가 도랑을 타고 이어지는 오아시스 마을인 체비카도 그렇게 손님을 맞는다. 오아시스 마을은 대부분 규모가 작고 우리네 민속마을처럼 관광지화되어 있다. 오아시스 마을을 생계수단으로 삼는 베르베르족조차 좀 더 문명화된 인근도시에 생활터전을 두고 있다. 오아시스에선 관광객들을 상대로 터번을 감는 법에 5달러, 사막에서 채집한 전갈을 유리병에 담아 기념품으로 110달러에 판매한다.

이런 마을들을 이동하면서 사막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토굴여관에서의 하룻밤이다. 사막의 먼지를 피해 땅을 파고 그 안에 굴을 만들어 객실을 이룬 것이 토굴여관이다. 평지에서 계단을 밟고 내려가면 넓은 마당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 2, 3층 규모로 객실이 만들어져 있다.

언뜻 보아서는 흙으로 만든 감옥같다. 모래바람을 피하기 위한 육중한 나무문이 창문이 없는 객실마다 달려있기 때문이다. 객실 안으로 들어서면 카펫이 깔려있고 침대가 놓여있다. 여관에 따라 전기가 들어오는 곳도 있다. 늘 섭씨 20도 정도의 온도가 유지되는 토굴 안은 쾌적하다. 바깥의 모랫바람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고 맨발로 땅 위를 걷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조용하다. 식사는 튀니지안 샐러드와 바비큐. 무엇보다도 한밤중에 횃불을 들고 바라보는 사막의 하늘이 환상적이다. 하늘을 가득 메운 별 때문이다.

여행칼럼니스트 nolja@worldp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