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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농사나 자식농사나 개성있게 지어야죠

Posted October. 16, 2002 23:17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

올해 칠순을 맞은 박사장은 서울 신사동 강남출판문화센터 5층 사무실에 맨 먼저 출근한다. 나오자마자 책 주문장부터 훑어보며 독자 반응을 알아본다. 그는 출판은 너무 마력적이다. 나는 출판에 중독돼 있다. 다시 태어나도 출판을 하겠다고 말한다.

그는 출판에선 개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그에겐 시대를 한 발 앞서 읽는 본능적인 감각도 있었다.

그래서 남이 안하는 시집과 창작집을 내서 성공했다. 오늘의 시인 총서를 통해 시집의 가로쓰기 시대를 열었고 시 대중화 작업의 씨앗을 뿌렸다. 오늘의 작가상과 김수영문학상을 통해 이문열 한수산 등 소설가와 황지우 장정일 등 시인들이 이름을 높였다.

삼국지도 그렇다. 그 시대에 맞는 언어 감각으로 쓴 고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만들어 1300만부가 나갔다. 사람들이 북디자인에 관심을 두지 않을 때 그는 민음사 편집장을 지냈던 정병규씨의 감각을 알아채고, 이 분야 개척자가 되라고 강권했다.

예전이나 현재나 출판은 벤처라는 지론을 가진 그는 후배들에게 돈을 좇기보다 늘 시대가 요구하는 책을 펴내라고 조언한다.

적수공권으로 시작해 오늘에 이른 것은 다행히 우수한 인재들을 만났고 그들이 열심히 일해준 덕분이다. 출판 덕분에 젊은 사람들 만날 수 있었다. 창조적 작업을 해서 내 자신이 굳어지지 않는 것 같다.

:패밀리 비즈니스 no, 비즈니스 패밀리 yes! :

아버지와 3남매는 매주 월요일 간부회의에서 만난다. 개성과 취향이 다른 자식들이 회사 경영에 참여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아버지는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굳이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경영수업은 어떻게 시켰냐고 물으면 그는 아이들이 각개약진한 것이고 말한다.

시골에서 운수 정미업을 하던 아버지가 가업을 잇기를 바랐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나도 가업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는 강조하는 세상살이의 키노트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젊은 얘들이라 그런지 우리 아이들은 다 에고이스트다. 그 사람을 신뢰하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고 말해준다

자식들은 출판인으로서 아버지를 존경한다.

40년 출판한 아버지의 내공을 당할 수가 없다. 출판인과 편집인으로서의 감각은 소름끼칠 정도다.



고미석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