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올해 유엔인구기금(UNFPA)에 3400만달러를 지원키로 했다가 22일 이를 철회하기로 결정해 안팎으로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UNFPA가 중국의 한 자녀 갖기 정책 아래 이뤄지는 강제적 낙태를 지원한다는 결론에 따라 UNFPA에 지원금 주는 것을 철회하고 대신 미국국제개발기구(USAID)에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USAID는 낙후된 지역의 여성과 아동을 돕고 있는 미국의 독자적 단체로 UNFPA보다 활동 영역이 협소하다.
이번 결정에 대해 유럽은 물론 캐나다 일본 유엔 등 세계 각국 관계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UNFPA 책임자인 도라야 오바이드는 23일 성명에서 미국의 결정에 큰 실망감을 표시하고 유엔기금으로 도움을 받는 빈민국 수백만명의 여성과 아이들의 삶이 큰 영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UNFPA 추산에 따르면 3400만달러는 200만건의 원치 않는 임신과 7만7000명 이상의 아동 및 유아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
워싱턴 주재 중국 대사관의 시에 펑 대변인도 이날 중국이 한 자녀 정책 아래 낙태를 강제하고 있다는 미국 측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올해 5월 중국을 방문한 미 정부의 진상조사단은 보고서에서 UNFPA가 중국의 강제 낙태 등을 지원한다는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했다.
미국 내 언론들은 이 결정에 정치적 속셈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3일 사설에서 올해 중간 선거를 앞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낙태에 반대하는 우익 보수층의 비위를 맞추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지난해 상원 청문회에서 UNFPA에 대해 매우 가치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공개 치하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타임스는 또 다른 기사에서 부시 행정부 내 칼 로브 보좌관으로 대표되는 보수파와 파월 장관으로 대표되는 중도파의 세력 다툼에서 보수파가 득세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부시 행정부가 강제낙태 등을 지원하는 단체에 정부의 자금 지원을 금지토록 한 1985년의 켐프 캐슨 수정법안을 너무 확대 해석해 향후 세계건강기구(WHO)나 유엔아동기금(UNICEF), 수출입은행 등에 대한 지원마저 불투명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김성규 kims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