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생티모니어스(DeSanctimonious·신성한 체하는 디샌티스)’라는 이름은 공식적으로 은퇴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간)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 있는 자신의 선거운동본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2년 중간선거에서 디샌티스 주지사가 ‘똑똑한 트럼프’로 각광받으며 정치적 라이벌로 부상한 이후 줄곧 그를 ‘드생티모니어스’라고 부르며 조롱해왔다. 이 별명을 이제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3일 뉴햄프셔주에서 열리는 공화당 대선 경선의 첫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두고 아예 마지막 남은 경쟁자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의 사퇴까지 거론했다. 같은 날 뉴햄프셔주 로체스터 유세에서는 “이제 공화당이 단결할 때”라며 헤일리 전 대사를 큰 격차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뉴욕타임스(NYT)는 “디샌티스의 사퇴는 헤일리 전 대사에게 넘기 힘든 장애물”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 지명에 또 다른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 트럼프 ‘대세론’ 날개, 후보 지명 성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로체스터 유세에서 “뉴햄프셔주에서 승리하기까지 이틀이 남았다. ‘부도덕한(crooked)’ 조 바이든 (대통령)을 패배시키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고 외쳤다.
이어 지지층의 투표를 독려하며 “우리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경선의 첫 무대였던 15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여러 후보가 난립했음에도 51%의 지지를 얻었다. 당시 2위, 4위였던 디샌티스 주지사, 인도계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가 모두 경선을 포기하고 자신을 지지한 만큼 대세론에 탄력이 붙어 뉴햄프셔주에서는 아이오와주보다 더 높은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이날 뉴햄프셔주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CNN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50%의 지지를 얻어 헤일리 전 대사(39%)를 11%포인트 차로 앞섰다. 특히 디샌티스 주지사 지지층의 62%는 “디샌티스의 사퇴 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같은 날 에머슨대 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53%, 헤일리 전 대사는 37%를 각각 얻어 16%포인트 차가 났다.
● “헤일리, 두 자릿수 패배하면 사퇴 기로”
헤일리 전 대사 측은 이날 뉴햄프셔주 곳곳을 누비며 7차례 유세를 가졌다. 후보 사퇴설 또한 일축했다. 그는 성명에서 “‘트럼프 대 바이든’ 재대결의 길로 갈지, 새로운 보수의 길을 찾을 지를 유권자가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마지막 유세에서는 “저기 소리가 들리는가? 이건 바로 (나와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양자 대결의 소리”라고 주장했다. 이날 유명 TV 프로그램 ‘저지 주디’의 주디스 쉰들린 전 맨해튼 가정법원 판사도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했다. 헤일리 전 대사의 일부 지지층은 “트럼프를 감옥에 보내라”고 외쳤다.
다만 워싱턴포스트(WP)는 “헤일리 전 대사가 뉴햄프셔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패배하면 사퇴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고향이자 다음 달 24일 경선이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크게 뒤처져 있다. 트럼프 캠프 측은 “헤일리가 사퇴하고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으면 고향에서 창피를 당할 것”이라고 사퇴를 압박했다.
로체스터=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