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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학들 ‘시진핑 연설’ 영어학습 의무화

中 대학들 ‘시진핑 연설’ 영어학습 의무화

Posted September. 25, 2023 08:59   

Updated September. 25, 202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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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300여 개 대학교가 이번 달 시작된 신학기부터 ‘반미(反美)’, ‘사회주의 찬양’ 등에 관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연설이 담긴 영어 교과서 ‘새로운 시대’를 채택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 보도했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연일 영어 교육을 축소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이뤄지는 영어 학습조차 중화주의 사상이 가득한 교과서를 쓰겠다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새 영어 교과서에는 미국의 침략에 반대하는 시 주석의 연설, 미국에서 유학을 한 많은 중국 학생들이 서구적 사고방식에 젖어 귀국 후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 학생들은 서구 문화에 대한 소개 대신 중국의 문화적 성과를 찬양하고, 지난해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이 ‘전 세계에 어떤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 등에 관한 내용을 영어로 번역해야 한다. 이 교과서 집필자들은 서문에서 기존 교과서가 서구 문화에만 초점을 맞춰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며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강조한 덩샤오핑(鄧小平)이 집권하던 1970년대 후반부터 영어 교육을 장려했다. 당시 영어 교과서에는 미국 뉴욕의 상징 ‘자유의 여신상’, 바비 인형 등 서구 문화에 관한 다양한 내용이 포함됐다. 또 1987년부터는 영어 시험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만 대학 졸업 자격을 갖출 수 있었다.

반면 2012년 말 시 주석이 집권한 후 당국은 영어를 서구의 ‘나쁜 사상’을 퍼나르는 유해 도구로 여겨 영어 사용을 배격했다. 이에 2대 도시 상하이는 2021년 초등학생에 대해 영어 시험을 금지했다. 최근 시안(西安)교통대 또한 학부생들의 학위 수여 조건에서 영어 시험 성적을 제외했다. 베이징 당국은 주요 역의 영문 표기에서도 영어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