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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남자’가 내 삶 구원해줬다”

“영화 ‘한 남자’가 내 삶 구원해줬다”

Posted August. 28, 2023 08:27   

Updated August. 28, 202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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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본 아카데미상 8관왕에 오른 영화 ‘한 남자’가 30일 개봉한다. 이름과 정체성에 대해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는 미스터리물이다. 주인공 키도 역을 맡은 배우 쓰마부키 사토시(43)는 “이 영화가 제 삶을 구원해줬다”고 했다.

‘한 남자’는 불의의 사고로 죽은 남편의 이름을 비롯해 과거까지, 모두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는 걸 알게 된 아내 리에(안도 사쿠라)가 변호사인 키도(쓰마부키 사토시)에게 남편의 과거를 조사해 달라고 의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제70회 요미우리 문학상을 받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는 일본의 사회 문제 중 하나인 ‘조하쓰’(蒸發·자발적 실종)를 소재로 한다. 하루아침에 이름과 신분, 가족과 직업 등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신분으로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 속에서 신분을 바꾸고 감쪽같이 새 삶을 산 다이스케(구보타 마사타카)의 행적을 쫓는 키도 역시 ‘재일교포 3세’라는 감추고 싶은 정체성을 갖고 있다. 아들을 다정하게 대하다가도 사소한 일에 불같이 화를 내거나 겉으로는 단란한 가정으로 보이지만 아내와 무언가 어긋나 있는 복합적인 모습을 가졌다.

한국을 찾은 쓰마부시 사토시는 25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소설) 원작자가 말한 ‘분인주의’라는 게 있다. 사람은 상대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변하는 다양한 얼굴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키도가 그런 특징을 지닌 인물”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에게 다양한 모습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우리가 삶을 다르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며 “그런 생각이 저를 구원했다”고 말했다.

‘한 남자’는 3월 열린 제46회 일본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다.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최우수주연남우상 등 총 8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지난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지선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