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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부동산 거액 손실 현실화…복합 ‘금융위기’ 뇌관 터질라

해외부동산 거액 손실 현실화…복합 ‘금융위기’ 뇌관 터질라

Posted August. 02, 2023 07:43   

Updated August. 02, 2023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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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호황기였던 2010년대 이뤄진 한국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투자가 줄줄이 탈이 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확산으로 세계 주요도시 오피스 빌딩 공실률이 급등하고, 금리까지 오르면서 수익은커녕 투자 원금까지 까먹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국내 금융권의 뇌관으로 꼽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이어 해외부동산 투자손실이 올해 하반기 최대 금융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 있는 ‘아메리칸이글리테일 빌딩’에 2017년 1억400만 달러를 투자한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투자금 전액을 손실로 처리하기로 했다고 한다. 투자에 공동으로 참여한 다른 국내 금융사들 역시 수백억 원씩 손해를 보게 됐다. 최근 뉴욕 등지의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역대 최고인 20% 안팎으로 높아지며 가격과 기대 수익률이 폭락하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이 미국 워싱턴,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홍콩 등에 투자한 대형 빌딩에서도 잇따라 부실이 생겨 투자액 상당 부분을 잃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 금융사뿐 아니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스톤도 수십%씩 손해를 보고 부동산을 처분하는 상황이다. 팬데믹 이후 선진국 기업들의 근무방식 변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이 세계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직격탄이 됐다.

72조 원에 이르는 국내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펀드 설정액 중 30조 원이 3년 안에 만기가 돌아온다. 내년 만기 펀드만 11조6000억 원이다. 직접, 간접으로 투자한 금융회사들의 대규모 투자손실과 이로 인한 실적악화는 불가피해졌다. 손실이 발생할 때 제일 먼저 변제받을 수 있는 선순위 투자 대신 고위험·고수익을 쫓아 중순위의 ‘메자닌 투자’를 확대하고, 입주기업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노후빌딩을 사들인 것도 문제다. 투자이익을 극대화하는 것만큼 위기가 닥칠 때 손실 최소화가 중요한 대체투자의 기본원칙을 못 지킨 것이다.

한국 금융회사들이 지난 10년 간 해외부동산 투자를 늘려왔지만 글로벌 경제 환경이 급변할 때 리스크를 관리해본 경험은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금융당국은 해외부동산 투자부실이 국내 금융 리스크와 중첩돼 ‘복합 금융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할 필요가 있다. 금융사별 해외투자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편 충당금을 충분히 쌓도록 해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