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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내치며 日에 다가선 北 술책… 그래도 소통채널 열어야

南 내치며 日에 다가선 北 술책… 그래도 소통채널 열어야

Posted July. 03, 2023 07:35   

Updated July. 03, 202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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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그제 외무성 국장 담화를 통해 “남조선 어떤 인사의 방문 의향에 대해 통보받은 바 없고 알지도 못하며 검토해볼 의향도 없다”고 밝혔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최근 고 정몽헌 회장 20주기를 앞두고 추모 행사를 위해 금강산 방문을 추진하는 데 대해 입국 불허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런 북한이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협의를 제안한 일본 측과는 중국 싱가포르 등 제3국에서 두 차례 이상 물밑 실무접촉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는 인도적 차원의 방북마저 거부하면서 일본과는 비밀리에 접촉하는 북한의 속셈은 불 보듯 뻔하다. 과거 한국을 제치고 미국과 직거래하던 통미봉남(通美封南)의 또 다른 버전이자, 최근 강화된 한미일 3국의 대북 공조에 균열을 내보겠다는 상투적 술책이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서 성과를 내려는 일본과 한미일 간 갈라치기를 시도하려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겠지만 구체적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이번에 우리 정부가 현대 측의 대북접촉 신고를 승인하기도 전에, 그것도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이나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같은 대남기구가 아닌 외무성을 내세워 불허 방침을 공개했다. 이미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건물들을 일방적으로 철거한 북한이다. 그런 불법적 재산권 침해 현장을 철저히 감추면서 앞으로 한국에 대해선 분단 상황의 특수관계가 아닌 적대적 관계의 외국으로 취급하겠다는 메시지까지 던졌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일본이 내민 손은 잡았다. 물론 북-일 실무접촉이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지는 쉽지 않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조건 없는 만남’을 제안했음에도 일본인 납북 같은 핵심 이슈를 둘러싼 입장 차가 워낙 크다. 나아가 이번 접촉 또한 한미의 양해와 조율 아래 이뤄지는 만큼 북한이 노리는 한미일 틈새가 생길 여지도 크지 않다.

북한이 대일 접촉에 나선 것은 그간의 몰아치기식 도발에 한계를 느끼고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꾀해보려는 움직임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신냉전 기류를 틈타 중·러와 밀착했던 북한이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수렁에 빠지고 중국이 미국과 관계 개선을 꾀하면서 국제적 외톨이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정세 판단에 따른 대외 탐색전일 가능성이 크다.

대남 단절과 대일 소통을 통한 북한의 노림수는 먹히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북한이 처한 절박감만 드러내는 자충수가 될 뿐이다. 이번에도 북한은 민간 차원의 소통 채널이나마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무색하게 만들었지만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위기관리를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소통은 있어야 한다. 북-일 접촉을 주시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