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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1급 인사 번복… 정부 바뀔 때마다 ‘물갈이’가 빚은 사달

국정원 1급 인사 번복… 정부 바뀔 때마다 ‘물갈이’가 빚은 사달

Posted June. 15, 2023 07:57   

Updated June. 15, 2023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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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최근 1급 국·처장 간부 7명에 대한 보직인사를 낸 지 닷새 만에 번복하고 전원 직무 대기 발령을 냈다고 한다. 대통령실 검증과 대통령 재가까지 거쳐 임명이 공지된 국정원 고위 간부 인사 발령이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규현 국정원장은 지난주 대통령실에 이번 인사 번복사태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초유의 인사 번복사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10월 조상준 전 기획관리실장이 돌연 사직하면서 불거진 내부 갈등설에 이은 두 번째 인사 잡음이다. 당시에도 검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 측근인 조 전 실장과 외교관 출신인 김 원장이 인사문제로 번번이 부딪쳤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번에는 김 원장의 최측근 간부가 수뇌부 간 소통을 막고 인사를 주도했다는 전횡 의혹이 뒤늦게 대통령실에 보고되면서 제동이 걸렸다고 한다. 의혹의 당사자를 포함해 그 동기이거나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이 대거 승진한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사실 국정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면적인 물갈이 인사가 관행처럼 이뤄져온 기관이다. 그래서 새 정부가 출범하면 으레 인적쇄신이나 적폐청산을 내세워 국정원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윤석열 정부도 집권 4개월만인 지난해 9월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1급 간부를 전원 퇴직시켜 내부 승진자 위주로 임명했고, 지난해 말에는 2·3급 보직 인사도 끝냈다. 그런 물갈이 인사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이번 1급 인사를 놓고선 지난해 인사에서 밀려난 간부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면서 초유의 인사 번복사태까지 발생한 것이다.

새 정부 출범 1년이 지나도록 국가안보의 중추 기관이 내부 인사 시비에 흔들린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국정원은 어느 조직보다 소리 없이 흔들림 없이 일해야 할 정보기관이다. 그런 조직이 번번이 인사 홍역에 시달리는 데는 국정원을 정권 안보의 눈귀로 여기는 정치 권력, 거기에 편승한 국정원 내부의 정치화라는 구시대적 잔재가 여전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전임 정부 ‘부역자’부터 완전히 도려내야 한다는 싹쓸이식 인사가 되풀이되는 한 비밀스러워야 할 조직의 소란스러운 사달은 계속 흘러나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