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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타도하라” 천상에서 울리길… ‘백장미단’ 최후 생존자 별세

“히틀러 타도하라” 천상에서 울리길… ‘백장미단’ 최후 생존자 별세

Posted March. 13, 2023 07:40   

Updated March. 13, 2023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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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정권에 맞서 비폭력 저항 운동을 펼친 단체 ‘백장미단’의 마지막 생존자 트라우테 라프렌츠(사진)가 6일(현지 시간) 향년 103세로 별세했다. 11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라프렌츠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소재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그의 유족들이 밝혔다. 정확한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백장미단은 1942년 한스 숄과 소피 숄 남매 등 젊은 학생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단체로 나치 정권의 범죄를 폭로하는 전단을 배포하고 그라피티(공공장소 벽에 그린 그림이나 낙서)를 남기는 방식으로 나치에 저항했다. 백장미단이 당시 배포한 전단에는 ‘유대인 학살은 인류 역사상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범죄’ ‘히틀러를 타도하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당시 의대생이었던 라프렌츠는 잉크와 종이, 봉투 등의 소품을 확보하고 뮌헨의 한 서점에서 비밀리에 전단을 복사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1943년 2월 숄 남매가 대학가에서 전단을 뿌리던 중 학교 경비에 발각돼 비밀경찰인 게슈타포에 체포되면서 백장미단의 활동은 멈췄다. 나치는 잡아들인 백장미단 지도부를 체포 나흘 만에 참수할 정도로 가혹하게 탄압했다. 당시 히틀러가 단두대 처형 재개를 명령하면서 독일에서 5000명 이상이 재판 없이 참수형으로 목숨을 잃었다.

라프렌츠도 비밀경찰에 2차례 체포돼 복역하는 등 독일이 패전할 때까지 나치의 집요한 감시를 받았다. 그는 전쟁이 끝난 후 1947년 미국으로 이주해 의학 공부를 마쳤다. 안과의사인 버넌 페이지와 결혼해 네 자녀를 뒀다. 미국에서 20년 넘게 특수학교 교장을 맡았고 인지학 분야에서도 오랜 기간 활동했다.

2019년 5월 라프렌츠가 100세 생일을 맞았을 때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그에게 공로 훈장을 수여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라프렌츠는 독재와 유대인 학살에 저항할 용기를 지닌 몇 안 되는 이들 중 하나”라며 “그는 자유와 인류애의 영웅”이라고 평가했다.


이채완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