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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시대의 종말

Posted December. 27, 2022 08:00   

Updated December. 27, 202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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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동안 유럽은 죽다가 살아났다.” 20세기 유럽 100년의 파노라마를 저술한 영국의 역사가 이언 커쇼는 그의 저작 ‘유럽 1914-1949’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20세기 유럽사에서 주목하는 주제 중 하나는 ‘황금시대에 대한 집착’이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올 때 인류의 기대는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올 때의 뉴 밀레니엄에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황금시대가 아니라 분화 직전의 시기였다. 전쟁이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국제사회, 경제, 계급의 갈등은 이미 폭발하고 있었고, 전쟁을 예언하는 지식인들도 적지 않았지만, 19세기 말의 시대를 황금시대로 이해하고 이 황금시대가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을 누구도 이겨낼 수 없었다.

 심지어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도 황금시대가 허상이었음을 깨닫기는커녕 황금시대에 대한 추억이 더 강해졌다. 사람들은 왜 세상이 지옥으로 변했는가를 분석하기보다는 지옥 저편의 세상을 아름다운 추억, 이상향으로 남겨두고 싶어 했다. 이 달콤한 추억의 대가는 컸다. 한 세대도 지나기 전에 유럽은 다시 한번 세계대전으로 빨려 들어갔으며, 승자고 패자고 간에 빈털터리로 전락했다.

 역사를 보면 인류는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적이 없다. 뭐든 결국은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 낸 것이니까. 인류사의 재앙은 우리가 예측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외면한 탓에 발생한다.

 2022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마감하면서 아름다웠던 일을 기억하고, 더 아름다운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1세기가 시작되고 딱 1차대전과 2차대전 사이만큼의 시간을 걸어 우리가 도달한 곳은 황금 동산이 아니라 21세기가 통과해야 할 강철 계곡의 입구이다.

 100년 혹은 한 세대마다 직면하는 이런 역사의 시험대는 진실의 입과 같다고 생각한다. 사이비 지식인, 비열한 정치인의 거짓과 선동을 이겨내고 냉정하게 현실에 대응하는 집단만이 벽 저편에서 빨리 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