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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직을 쇼처럼 진행”... 힐러리 “4년전 막았어야”

오바마 “대통령직을 쇼처럼 진행”... 힐러리 “4년전 막았어야”

Posted August. 21, 2020 07:33   

Updated August. 21, 202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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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직을 관심을 끌기 위한 리얼리티쇼처럼 다루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실패로 규정하면서 “미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고 단언했다. “대통령직에 걸맞은 사람으로 성장하지 못했고, 이를 감당할 능력도 없었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그에 대한 공개 비판을 자제해 오던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작심하고 맹공을 퍼부은 것은 퇴임 후 처음이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이 주춤한 상황에서 공격력이 약한 바이든 후보를 대신해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전장의 일선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민주당 전당대회 사흘째인 이날 필라델피아의 미국 독립혁명박물관에서 연설을 진행했다. ‘헌법을 쓰다(Writing the Constitution)’라는 굵고 큰 빨간 글씨를 배경으로 카메라 앞에 선 그는 19분의 연설 시간 대부분을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하는 데 할애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나라를 위한 마음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직에 진지하게 임하는 데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기를 바랐다”고 운을 뗐다. 그렇지만 “그는 그 무게를 느끼지도, 공통의 가치를 찾으려 하지도, 그가 챙겨야 할 민주주의에 대해 경외심을 느끼지도 못했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그 실패의 결과는 혹독하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인명 피해, 국제무대에서의 미국의 위상 추락 등의 문제를 나열했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금 이 순간 우리의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실정을 ‘민주주의의 위기’로 진단했다. “민주주의에서는 최고사령관이 위험을 무릅쓰고 나라를 지키는 군을 우리 땅의 평화 시위대 진압에 동원하지 않는다”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단지 당신에게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적인 적으로 몰지 않으며, 자유 언론을 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강경 진압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17차례나 썼다.

 대통령-부통령으로 8년간 호흡을 맞췄던 바이든 후보에 대해서는 “내가 큰 결정을 해야 할 때마다 나를 더 좋은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다”며 “그는 공감 능력과 품격, 모두를 소중히 여기는 신념, 회복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조와 카멀라(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이 암흑의 시기에서 나라를 회복시킬 능력이 있음을 믿어 달라”며 지지를 요청했다.

 CNN방송은 “전직 대통령이 현직을 이렇게 강도 높게 공개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절박한 톤으로 직접적이고 단호하게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열정적인 연설”이라고 분석했다.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지난 4년 동안 사람들이 ‘트럼프가 얼마나 위험한지 미처 몰랐다. 그때로 돌아가서 다시 투표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는 말을 들어 왔다”며 “이번에는 더 이상 ‘그 때 그랬어야 했고 할 수 있었는데(woulda coulda shoulda)’식 선거가 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바이든-해리스 팀은 300만 표를 더 얻고도 선거에서 질 수 있다”며 “트럼프가 선거 승리를 훔치지 못하도록 압도적인 표 차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