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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국내 탄소섬유 시장 한일기술대전

커지는 국내 탄소섬유 시장 한일기술대전

Posted June. 22, 201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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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하는 슈퍼카 람보르기니, 얼마 전 대한항공이 들여온 하늘 위의 호텔 A380기, 보잉의 차세대 주력인 787기. 이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몸체를 만드는 데 섬유가 쓰였다는 점이다.

물론 평범한 섬유가 아니다. 강철에 비해 무게는 25%밖에 안 되지만 강도는 10배 센 탄소섬유가 주인공이다. 우주발사체 나로호의 페어링처럼 최첨단 기술이 필요한 분야부터 낚싯대와 테니스 라켓처럼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에까지 다양하게 쓰인다. 사실상 산업 전반에 사용되는 필수재료인 셈이다. 이 때문에 탄소섬유 기술을 갖고 있는지 여부가 국가 과학기술이나 산업, 국방력을 재는 척도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탄소섬유는 산업구조가 고도화될수록 씀씀이가 늘어난다. 탄소섬유의 국내 수요는 2007년 약 2500t에서 지난해에는 8000t으로 3배 이상으로 커졌다. 하지만 전량 수입해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국내외 섬유기업들이 탄소섬유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한국이 탄소섬유의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탄소섬유 업계 세계 1위인 일본 도레이사의 한국법인인 도레이첨단소재는 28일 경북 구미에서 탄소섬유 공장 기공식을 열 예정이다. 공장 하나 짓는 데만 630억 원 넘게 들였다. 2013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탄소섬유를 생산하면 한국에서는 최초로 탄소섬유를 대량 생산하게 된다.

도레이사는 일본 외에 프랑스와 미국에도 공장이 있다. 하지만 2020년까지 꾸준히 증설해 한국 공장을 최대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으로 키울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국은 워낙 인프라를 잘 갖춘 데다 자동차 등 전후방 산업과의 연계효과도 크고 중국 등 큰 시장과도 가까워 특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도 뒤늦게나마 탄소섬유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효성은 이달 14일 3년의 연구 끝에 한국 최초로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효성은 2013년까지 2500억 원을 투자해 전북 전주에 연간 생산량 2000t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효성 관계자는 2020년까지 총 1조2000억 원을 들여 연간 생산량을 1만7000t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효성 외에도 코오롱 인더스트리, 태광산업 등이 탄소섬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당분간 국내 탄소섬유 시장은 도레이첨단소재와 효성의 2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섬유산업은 1960년대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후 일본의 최첨단 섬유에 밀려 고전했다. 효성의 도전으로 다시 탄소섬유로 기술을 겨루게 된 것이다.

이웅대 전주기계탄소기술원 연구원은 도레이첨단소재가 국내에 탄소섬유 공장을 짓기 시작하고 효성도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탄소섬유 관련 한일 기술전쟁이 벌어지는 모양새라며 현재 기술은 도레이첨단소재가 앞서겠지만 효성이 얼마나 집중적으로 따라잡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장선희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