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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약의 저주 내년 총선과 대선은 어떨까

[사설] 공약의 저주 내년 총선과 대선은 어떨까

Posted March. 30, 2011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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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럽에서 그리스 아일랜드에 이어 포르투갈도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처지에 전락했고 스페인도 위험수위에 육박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사회주의적 전통이 강한 남유럽 국가들은 선거 때마다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복지공약을 남발했다. 이를 수습하기 위한 긴축정책은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불러와 정치적 위기를 초래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아동수당 신설과 고교 수업료 무상화 등 총선 과정에서 내건 공짜 공약에 발목이 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일본 민주당 정권의 현주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남유럽 국가의 재정 위기는 선거 때마다 집단, 계층, 지역 간의 첨예한 이해관계와 욕구가 터져 나오고, 정치인들이 재원의 한계를 무시하고 현실성과 실효성이 낮은 약속을 쏟아내다 보니 생겨난 결과다.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를 과부하() 정부론이란 이론으로 정립한 영국 정치학자 데이비드 헬드는 폭증하는 수요에 따른 무상 복지 의료 교육혜택은 개인적 동기부여와 책임감을 떨어뜨렸고, 이에 따른 포퓰리즘의 강화는 정치인으로 하여금 실제로 가능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약속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정치인과 정부가 표를 얻기 위해 쏟아내는 정책은 경제성장의 동력을 떨어뜨리고 정부지출의 팽창과 재정악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한국도 경제성장과 민주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뒤 대중영합적 선심성 공약의 폐해가 눈에 띄게 늘었다. 노무현 이명박 두 대통령이 2002년과 2007년 대선 때 공약한 세종시 건설은 단군 이래 최대 포퓰리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세종시 계획과 혁신도시 남발은 전국 곳곳의 땅값을 치솟게 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켰다. 대선과 총선 때마다 충분한 경제성 검토 없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진 공항 신설 공약은 적자 투성이의 썰렁한 공항을 양산했다. 동남권 신공항도 경제성이나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지역대립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요즘 우리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공약의 저주가 다시 반복될 우려가 높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전면 무상급식 공약으로 재미를 봤던 민주당 등 일부 야당은 급식에 이어 의료 교육 주택분야에까지 공짜 복지로 포장된 혈세() 복지 구호를 확대할 뜻을 분명히 했다. 2008년 총선에서 뉴타운 공약으로 재미를 보았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사업이 지지부진해지자 정부 지원을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헬드는 포퓰리즘의 악순환은 과잉 민주주의의 압력을 단호히 거절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된다고 말했지만 지금 우리 현실에서 과연 이런 소신 있는 정치인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유권자이자 납세자인 국민은 정치인들의 선심성 공약에 휘둘리지 말고 눈을 부릅뜨고 공약의 타당성을 따져야 한다. 우선 달콤해 보이지만 독이 든 사과에 현혹되면 결국 그 피해는 자신은 물론 후손에게까지 돌아간다. 정치 수준은 결국 그 나라 국민의 평균적 수준을 뛰어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