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사설] 개헌, 현실성이 문제다

Posted January. 26, 2011 06:53   

中文

이명박 대통령은 23일 당정청 수뇌부 회동에서 개헌 논의는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권력구조와 기후변화, 여성, 남북관계, 사법부 관련 조항을 21세기 시대정신에 맞게 광범위하게 검토하자고 제의했다. 작년 광복절 경축사 이후 이 대통령의 개헌 관련 발언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와 청와대가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 논의하고 금년 안에 끝내야 한다고 강조해 설 연휴 이후 810일 예정된 한나라당의 개헌 의원총회에서 개원 공방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개헌의 절차와 빈도()는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일본이 1946년11월 공포한 평화헌법은 일본의 전력() 보유 금지와 국가 교전권 불인정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반면 프랑스 5공화국 헌법은 1958년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24차례나 손질됐다.

이 대통령이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한 대목에선 일정 부분 공감이 간다. 노태우 전 대통령과 3김 씨(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의 합의로 1987년 5년 개정된 헌법은 민주화의 욕구를 담아냈지만 24년이 지난 지금에선 우리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5년 단임의 대통령제나 선거 시기의 불일치로 인한 국력 소모는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대통령4년 연임제) 원 포인트 개헌을 꺼냈을 때 한나라당을 포함한 6개 정당 대표는 18대 국회(20082012)에서 개헌 문제를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한 적도 있다. 다만 원 포인트 개헌도 성사가 안됐는데 이 대통령이 제의한 멀티 포인트 개헌이 임기 말에 가능할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경성()헌법을 채택하고 있어 개헌에 따른 절차가 까다로워 여야가 합의해도 그 조건을 다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다. 여권 주류 진영은 물밑 개헌 논의가 상당히 진척됐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동안 개헌 논의가 국민들의 공감대 속에서 진행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아일보의 올해 신년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이 대통령의 집권 4년차인 올해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분야를 대북관계(30.2%) 경제성장(25.7%) 빈부격차 해소(14.9%)순으로 꼽았지만 개헌 분야는 눈에 띄지 않았다.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초반이 아니라 대통령 후반기에 개헌 논의를 꺼내는 바람에 개헌 추진 동력을 떨어뜨리고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받는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개헌 카드는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여권 내 틈새 벌리기에 나섰다. 대통령 임기 말의 개헌 논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