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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회전문 감옥

Posted February. 09, 2007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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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의 조지 부시 부통령(아버지 부시)과 민주당의 마이클 듀카키스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던 1988년 10월 5일. TV에 회전문(Revolving Door)이라는 광고가 등장한다. 수감자들이 교도소의 회전문을 통해 들락날락하는 장면이 화면을 채우는 사이 내레이터의 말이 이어진다. 듀카키스는 주지사로 있는 동안 일급 살인범들에게도 휴가를 줬습니다. 흉악범들은 그 휴가를 납치와 강간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광고는 이렇게 끝난다. 듀카키스는 이제 미국 국민 전체를 위해 그런 일을 하겠다고 합니다!

심한 네거티브 캠페인이었다. 선거 후 CBS방송과 뉴욕타임스는 대선 광고의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했다. 회전문 광고 전만 해도 부시 후보가 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믿는 유권자는 23%뿐이었다. 하지만 광고 후에는 61%까지 뛰어올랐다. 듀카키스 진영에서 회전문 광고 때문에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지만 때는 늦었다.

회전문은 원래 범죄학 용어로 감옥을 제 집 드나들 듯하는 사람들의 상습적인 범행을 가리키지만 요즘은 언론 쪽에서도 심심찮게 쓰인다. 국제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최근 2006년 언론에 대한 공격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회전문 감옥이란 표현을 썼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들을 감옥에 넣었다가 풀어 주고, 다시 넣는 교묘한 회전문 방식으로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는 것이다. CPJ는 대표적인 국가로 이란을 지목했다.

CPJ는 이와 함께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나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처럼 선거로 당선된 민주독재자(democratator)들이 민주주의를 가장해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고 고발했다. 민주와 독재를 회전문 드나들 듯한다면 이 또한 회전문식 언론 다루기다. 노무현 정부 또한 민주주의의 덕목인 참여의 탈을 쓰고 포퓰리즘 방식으로 과거보다 더 교묘하게 언론을 옥죄고 있으니 같은 범주에 들지도 모르겠다.

김 창 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