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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글포르노

Posted April. 28, 200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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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의 사랑과 진실 와 이렇게나 많이 보여줘요 인터넷 편지함에 들어온 제목이다. 내용이 뭔지는 안 봐도 안다. 정상적으로 처리됐습니다쯤 되면 무슨 말인지 궁금해진다. 그동안 잘 지냈니 하고 물어오면 안볼 재간이 없다. 열어보면 음란사이트다. 전 세계 유해정보 사이트를 언어별로 분류했더니 한글사이트가 영어에 이어 2위라는 조사결과가 실감난다. 하필 민망한 영역에서 한글이 은메달을 차지한 이유가 궁금하다.

정보통신 전문가들은 우리의 눈부신 인터넷 인프라를 첫째 요인으로 꼽는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1등, 인구대비 광대역 인터넷 사용자 수도 1등이다. 도시, 그중에서도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 초고속 인터넷 보급이 초고속으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잘 닦인 도로에 유독 빨간차가 씽씽 달리는 데 대해 영국의 가디언지는 돈이 되기 때문이라고 단순명쾌하게 설명한다. 인터넷상에서 가장 큰 성공사업은 포르노사이트라는 게 e커머스 애널리스트 대리오 베티의 말이다. 역사적으로 테크놀로지가 발달할 때마다 그 공간을 가장 빨리 채우는 소프트웨어가 음란물이었다. 우리 웹디자인 업체들도 학습차원에서 음란사이트를 정기 점검한다. 첨단기술을 제일 먼저 받아들여 다채롭게 활용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 좋은 수완을 더 생산적인 곳에 안쓰는게 아쉽다.

그래도 의문이 남는다. 한때 동남아에서 섹스 애니멀로 불렸던 일본인들이지만 일본어 음란사이트는 우리의 4분의 1 정도다. 한국인의 섹스 능력이나 관심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뜻일까. 이에 대한 명확한 통계는 찾기 어렵지만 전 세계 비아그라 판매국 중 우리나라가 주요 시장에 속하는 건 사실이다. 물리적 시간적 문화적 공간에 레드 존을 따로 두어 성을 허용하는 나라와는 달리, 간통죄가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선 일단 금지부터 해 놓고 은밀히 알음알음 즐기게끔 하는 이중적 성의식이 음란사이트를 부채질하는 건 아닐까.

사람들의 시선이 음란사이트에 쏠리는 이유가 접근성(Accessibility) 익명성(Anonymity) 지불가능성(Affordability)의 3A다. 세계 2억여명의 온라인 인구 중 2030%는 음란사이트를 찾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성인 열 명 중 절반이 음란사이트를 접했고 한 명은 직장에서 즐긴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음란사이트 중독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그들의 문제는 음란에 빠진다는 게 아니라 뭔가에 중독된다는 데 있다. 다행히 정보통신부가 외국서버를 통한 검은머리 외국인 음란사이트를 차단해 준다니 고맙다. 테크놀로지와 돈의 초고속 질주를 인간이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