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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장애..'나이 값'못하는 병

Posted February. 16, 2003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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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에서는 의처증이 심해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 얘기가 많이 보도되고 있다. 이런 남편들은 한국의 20세 남성에게서 네 번째로 많은 인격장애로 나타난 편집성 인격장애일 가능성이 크다.

동아일보는 최근서울대 의대 정신과 연구팀이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받은 20세 남성 5971명을 조사했더니 45%가 인격장애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인격장애는 20대에게 특히 많지만 30대 이상에서도 환자가 적지 않다. 인격장애는 보통 20대에 심해졌다가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좋아진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사회가 급변하면서 어른의 역할이 제대로 확립돼 있지 않아 중년이 돼서도 인격장애의 특징을 갖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인격장애는 엄연한 질병이고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치료를 받을수록 잘 낫는다. 그러나 인격장애 환자는 자기 스스로 병을 치료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데다 부모나 가족은 인격장애 환자를 나쁜 놈 못난 놈이라고 욕만 하고 방치하는 게 보통이라 훗날 대형 사고로 이어지곤 한다.

인격장애란 무엇인가=인격장애(Personal Disorder)는 성격장애로도 번역되는 질환. 환자의 성격이 병적인 특성을 갖는 것인데, 최근 정신의학계에서는 환자가 남과 더불어 사는데 문제가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인격장애로 부르고 있다.

정신의학계에서는 인격장애를 크게 괴상하고 별난 A형 극적, 감정적이고 변덕스러운 B형 불안하고 억제된 C형 등 3가지로 구분해왔다.

그러나 서울대 의대 정신과에서 한국 20세 남성의 설문응답지를 분석했더니 크게 강박성-히스테리성 분열성-반사회적-의존형-우울형 편집성-정신분열형-경계선-자기애적-회피성-수동공격형 등 세 유형으로 나눠졌다.

인격장애 환자는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이 서툴고 충동적, 폭발적 행위를 할 때가 많다. 이로 인해 건강염려증, 알코올 중독, 약물 남용, 폭력, 자해 등으로 이어지곤 한다.

아이를 낳고도 사랑하는 감정이 생기지 않아 아이를 괴롭히거나 방치하는 양육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최근 인터넷의 확산으로 20대 중에는 책임과 제한이 따르는 현실세계에서는 할 수 없는 사이버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인격장애의 예방과 치료=정신의학에서는 사람은 각각 독특한 기질을 갖고 태어나며 성격은 이 기질을 바탕으로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아 변하는데 20세 무렵에 대략적인 틀이 완성된다고 설명한다.

서울대 병원 정신과 류인균 교수는 특히 어릴 적의 가정교육이 인성 형성에 아주 중요하다면서 부모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더불어 사는 것부터 아이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은 이전에는 많은 형제 사이에서 저절로 사회성을 깨우쳤지만 요즘에는 그렇지 않아 부모의 가르침이 중요한데도 부모가 오히려 과보호나 무관심, 일관성 없는 양육 태도를 보여 인격장애 환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

부모는 아이에게 남을 위해 참고 기다리는 훈련을 시켜야 하며 아이가 잘못을 저질러 꾸중할 때에는 논리적, 체계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자녀 또는 배우자 등이 인격장애로 의심되면 병원에 데려가는 것이 좋다. 인격장애 환자는 자신의 병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억지로라도 데려가야 한다.

병원에서는 꿈의 해석, 성장환경 분석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의식과 무의식의 문제를 파악해 환자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깨쳐 고치도록 돕는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불안감, 우울증 등을 누그러뜨리는 약을 복용케 한다.

그러나 증세가 금세 고쳐지지는 않으며 대부분 6개월 이상 걸려야 서서히 인격이 바뀐다.



이성주 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