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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인종차별 발언, 시어도어 루스벨트 동상에 불똥

트럼프 인종차별 발언, 시어도어 루스벨트 동상에 불똥

Posted July. 17, 2019 09:04,   

Updated July. 17, 201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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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민주당 유색인종 하원의원 4인방을 향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이 거센 후폭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발언 하루 뒤인 15일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다. 이 와중에 전직 미 대통령의 동상까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뉴욕 맨해튼 자연사박물관 동쪽 입구에 있는 26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1858∼1919)의 동상이 인종차별 논란으로 철거 위기라고 전했다. 1940년 건립된 이 동상은 아메리카 원주민, 아프리카계 흑인을 사이에 두고 말을 탄 채 아래를 내려다보는 루스벨트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철거를 외치는 이들은 “인종적 위계질서를 드러내는 제국주의 유산이다. 세 인물이 모두 평등해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루스벨트는 집권 2기인 1906년 흑인 병사 160명이 폭력 사건에 연루됐다며 이들을 불명예 제대시켰다. 당시 구체적 이유를 제시하지 않아 큰 논란을 빚었다.

 공화당 출신으로 1901년부터 8년간 재임한 그는 대통령 및 연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해 미국이 20세기 최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대 조지 워싱턴, 3대 토머스 제퍼슨, 남북 전쟁의 승자 에이브러햄 링컨과 함께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의 ‘큰 바위 얼굴’ 주인공이 됐을 정도로 유명하다.

 동상 철거 논란은 벌써 세 번째이기도 하다. 1971년과 2017년에도 동상 철거를 외치는 시위대가 동상에 붉은색 페인트를 뿌렸다. 하지만 미 보수파의 거두이자 190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그의 동상을 철거하는 일은 미 역사의 한 부분을 지우는 것이란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NYT는 동상을 관리하는 뉴욕시가 명쾌한 해법을 내리지 못해 시민 간 갈등만 깊어지게 만든다고 우려했다.

 인종차별 논란을 둘러싼 내분을 두고 이제는 4인방이 공세에 나서는 모습이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30·뉴욕), 일한 오마(37·미네소타), 라시다 털리브(43·미시간), 아이아나 프레슬리 의원(45·매사추세츠) 등 민주당 하원의원 4인방은 15일 워싱턴 의회의사당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을 강력히 규탄했다. 오마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헌법을 더 이상 비웃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를 탄핵해야 할 때가 왔다”고 외쳤다.

 동맹국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이날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취지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다음 주 영국 총리가 될 후보자들인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외교장관과 제러미 헌트 현 장관도 가세했다. 존슨 전 장관은 “미국 지도자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고, 중국계 부인과 결혼한 헌트 장관은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거대 소셜미디어인 트위터가 부적절한 콘텐츠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단체 남부빈곤법센터의 하이디 베이릭 국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대통령의 트윗이 인종, 성, 종교, 나이 등을 이유로 타인을 공격하거나 위협하면 안 된다는 트위터의 콘텐츠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 명백하다. (삭제는 않더라도) 최소한 문제의 소지가 있는 트윗이란 표지를 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윤태기자 oldspor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