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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치즈핫도그, 日신주쿠 한인타운을 살리다

한국식 치즈핫도그, 日신주쿠 한인타운을 살리다

Posted July. 04, 2018 08:48,   

Updated July. 04, 201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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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낮 1시 일본 도쿄 신주쿠(新宿) 구 신오쿠보(新大久保) 역 앞.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올라간 이날 ‘한인 타운’ 인도에는 노란색 대형 우산(3∼4인용) 수십 개가 늘어섰다. 땡볕과 맞서 싸우듯 우산을 쓴 채 줄지어 선 수백 명의 사람들은 모두 꼬치로 꽂은 형태의 ‘한국식 핫도그’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에 핫도그를 먹는 사람들이 뒤섞이면서 인도는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넘쳐났다.

●하라주쿠(原宿)→신오쿠보 ‘턴(Turn)’한 10·20대

 핫도그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다. 작년 말 한 곳 뿐이었던 신오쿠보 내 핫도그 전문점은 최근 8곳까지 늘었다. 목 좋은 곳에 위치한 한 가게는 주말에 2000개까지 판매되기도 한다. 호떡이나 호두과자 등을 팔던 가게들도 메인 상품을 핫도그로 바꿨다.

소시지가 들어간 기본 핫도그도 있지만 치즈가 늘어나는 것이 특징인 치즈 핫도그가 가장 인기 품목이다. 지난해 ‘치즈닭갈비’가 인기를 얻으면서 치즈를 늘어뜨리며 먹는 것이 10, 20대 일본 여성들에게 화제가 됐다. 치즈를 길게 늘어뜨린 사진을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 공유하며 즐기는 이들에게 치즈 핫도그는 치즈닭갈비의 ‘후속작’처럼 여겨지고 있다. 여고생 우에하라 나나 양은 “핫도그 속 치즈를 누가 더 길게 늘어뜨리나 친구들과 경쟁이 붙기도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에는 치즈 핫도그를 먹으며 품평을 하는 ‘핫도그 먹방’도 생겨나고 있다.

 신오쿠보의 인기 음식은 한류의 붐과 맞물리면서 나타났다. 드라마 ‘겨울연가’ 등이 주목을 받았던 2004년 삼겹살을 시작으로 막걸리(2007년), 호떡(2009년), 삼계탕(2011년) 등을 거쳐 지난해 치즈닭갈비까지 이어졌다. 핫도그의 인기 역시 최근 한류 붐이 다시 일면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핫도그 가게를 운영하는 박영규 씨는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등 케이팝에 관심 많은 10, 20대들 중에는 바쁘고 지갑이 얇은 학생들이 대부분인데 핫도그는 이들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길거리 음식”라고 말했다.

●신오쿠보 역 이용객은 역대 최다

 10, 20대 일본 여성들은 몇 년 전만 해도 ‘일본의 홍대 앞’으로 불리는 하라주쿠에서 ‘크레페’를 먹고 있었다. 현재 이들은 치즈 핫도그를 먹으러 한인 타운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인기를 반영하듯 지난달에는 하라주쿠에도 핫도그 가게가 생겼다.

 반한(反韓) 감정, 헤이트스피치(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 발언) 등으로 위기를 맞았던 신오쿠보는 치즈닭갈비, 핫도그 등의 인기로 그 어느 때보다 전성기를 맞고 있다. 한인 타운에서 가장 가까운 JR신오쿠보 역의 하루 승차 이용객 수(2016년 기준)는 4만3929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나타났다. 인근의 다른 역까지 합치면 11만 명에 달한다. 도쿄도는 폭이 좁은 인도 및 차도(현재 폭 15m)를 20m로 넓히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도쿄=김범석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