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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격에 너무 쉽게 무너진 한국 조선업 빅3체제

일본 추격에 너무 쉽게 무너진 한국 조선업 빅3체제

Posted March. 21, 2016 07:14,   

Updated March. 21, 2016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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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조선 시장 3강이었던 우리 조선(造船) 3사가 일본 기업에 3위를 내줬다. 20일 분석기관(영국 클락슨)에 따르면 2월말 수주잔량 기준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그룹이 각각 1, 2위였지만 3위였던 삼성중공업그룹이 일본 이마바리 조선그룹에 자리를 내줬다. 일본은 이미 2015년 1월 월 단위 수주량에서 6년 8개월 만에 세계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한국 조선기업들이 침몰하는 사이 일본이 재기에 성공한 것이다.

 세계시장 점유율 10%도 안됐던 일본의 부활에는 엔 약세에 힘입은 것이지만 착실한 구조조정과 기술개발을 멈추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한 이유다. 2014년 IHI마린유나이티드와 유니버설조선이 합병해 세계 4위 재팬 마린 유나이티드(JMC)를 탄생시켰고 이마바리조선과 미쓰비시중공업은 LNG 선박부문만 떼 LNG전문 조선소를 세웠다. 18년 만에 도크 확장공사를 재개한 일본 내 최대 단일 조선소 이마바리조선은 일반 상선이면 무엇이든 대응할 수 있는 ‘선박 백화점’ 구축을 목표로 선박용 프로펠러 1위 같은 중소업체와 손을 잡는 기술개발에도 앞장섰다. 바다 오염물질 배출 규제가 엄격해지는 추세를 반영해 친환경 선박 개발에도 발 빠르게 나섰다. 정부도 통폐합 회사에 선박 가격의 80%를 1% 이자율로 지원하는 지원으로 응답했다.

 일본을 앞질렀다고 환호하던 우리 조선업은 수렁에 빠져있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기업사상 초유인 영업 손실 5조원을 넘겼다. 당기 순손실(5조1424억)도 외환 위기 때 기아자동차에 이은 두 번째다. 국민혈세가 4조원 넘게 투입됐지만 사상 초유의 대규모 부실에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총선 바람까지 불어 구조조정마저 무한정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 올 1분기 수주도 사실상 ‘제로(0)’에 그칠 전망이다. 5∼6년 전만 해도 국내 3사는 전 세계 시장의 70%를 장악했으나 30%(중국 40%, 일본 30%)대로 추락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10위권 내 중국 업체가 3곳이나 돼 중국의 조선 빅 3진입도 곧 가시화할 전망이다. 조선 산업은 자동차 반도체와 함께 한국의 주력산업이다. 수출 비중도 높지만 고용창출도 10억원 당 10명으로 자동차(8.8명)와 반도체(3.8명)보다 훨씬 높다. 한국 조선업이 ‘최악의 겨울나기’를 끝내고 봄을 맞으려면 ‘엔고’속에도 체질개선에 성공한 일본을 배워야 한다.



허문명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