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김외교 만난 위안부 할머니 외교부 20년간 뭐했나 (일)

김외교 만난 위안부 할머니 외교부 20년간 뭐했나 (일)

Posted January. 26, 2012 06:57,   

日本語

우리에게 무슨 죄가 있습니까. 대한민국의 딸로 태어난 죄밖에 없습니다. 어린 나이에 끌려가서 일본 사람들한테 만행을 당했는데도 같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20년 동안 무엇을 했습니까.

25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대접견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을 만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83)의 목소리가 떨렸다. 격하게 말을 쏟아내는 이 할머니의 말끝에서 울음이 배어나왔다. 동석한 강일출 할머니(83)는 묵묵히 고개만 끄덕였다.

두 할머니는 이날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 참가한 뒤 김 장관을 만났다. 외교부 장관이 군 위안부 피해자를 만난 것은 1991년 수요집회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오랜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성사되지 않았던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은 이번에 김 장관이 만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어렵게 이뤄졌다.

이 할머니는 김 장관이 간단한 인사말을 끝내자마자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작심한 듯 20년 동안 외교부는 무엇을 하는 곳이었느냐. 일본 외교부가 아니냐. 일본처럼 할머니들이 죽기를 기다려온 것은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할머니들이 위독한데 그것을 보니 통쾌하더냐. 소감 좀 말해보라며 절규에 가까운 질책도 쏟아냈다.

김 장관은 당황한 듯 애써 웃음을 짓기도 했으나 곧 정색하고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50분간의 면담에서도 김 장관은 저희들이 최선을 다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김 장관의 태도에 할머니들은 그제야 그래도 장관을 만나니 안심이 된다며 태도를 누그러뜨렸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일본 측에 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양자 협의에 나설 것을 계속 촉구해 왔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이 끝까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2월 말3월 초 중재위원회 구성을 요구할 계획이다.

한편 외교부는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상이 독도 문제와 관련해 할 말을 하겠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이날 오후 가네하라 노부카쓰() 주한 일본대사관 정무공사를 외교부로 불러 발언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무토 마사토시() 일본대사는 일시 귀국한 상태다. 조병제 대변인은 성명에서 명백히 우리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해 부당하게 영유권을 주장한 것과 관련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이 주장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정은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