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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이 아닙니다 마음 치료술입니다

Posted March. 12, 200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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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정신건강 클리닉에서 여고생 김모(17) 양이 카우치(최면용 특수 소파)에 누워 있다. 김 양은 시험만 보면 마음이 불안해져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김 씨는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이 클리닉 채인영 원장의 주문에 따라 최면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김 양은 벽 한 곳에 시선을 고정하고 계속 쳐다봤다. 그 후 양손을 앞으로 나란히 뻗은 다음 양손 사이의 공간을 응시한 후 눈을 감았다.

채 원장은 이는 최면 치료를 위한 전 단계로 최면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최면 유도는 정신을 집중시켜 몰입 상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면 유도가 끝나자 채 원장은 김 양에게 당신은 시험 볼 때 편안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라는 식의 암시를 주며 치료를 했다. 한 시간 정도 치료가 끝나자 채 원장은 10까지 세면서 김 양에게 깨어나도록 각성을 시켰다.

최면에서 깨어난 김 양은 평소에 불안하던 마음이 편안한 상태로 바뀌었다면서 최면은 몽유병처럼 잠을 자는 걸로 생각했는데 의사가 말하는 소리가 아주 또렷하게 잘 들릴 정도로 깨어 있었다고 말했다.

의식 깨어있는 고도의 정신집중 상태서 암시 넣어

최근 최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거엔 최면 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금연, 직장인 스트레스 치료에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1958년 미국에서 시작된 최면 요법은 1987년 국내에 정식으로 도입됐다. 현재 100여 명의 신경정신과 의사가 최면학회를 만들어 최면 요법을 심리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최면에 대해 일반인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TV 오락 프로그램에서 최면에 걸린 연예인이 꿈을 꾸듯이 돌아다니거나 최면자가 시킨 대로 무조건 따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두 가지 경우다. 실제로 최면에 강하게 걸려 있거나, 아니면 오락 프로그램의 특성상 과장된 연기를 하는 것이다. 방송 특성상 후자가 대부분이다.

최면 전문가인 변영돈 신경정신과 원장은 최면은 마치 영화관에서 영화에 집중하면 옆 사람이 말을 걸어도 들리지 않거나 공부에 집중하면 옆에서 불러도 전혀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또 최면에 걸리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실제로 최면을 받는 사람의 의식은 깨어 있는 상태다.

최면 상태는 수면 상태와는 다르다. 최면은 고도로 정신 집중이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간혹 최면에 걸리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잠드는 경우가 있어 의사가 깨우기도 한다.

만성질환 통증 조절-시험불안증 등에 효과적

최면을 받기 전에 먼저 자신이 최면에 잘 걸리는 타입인지 알아보는 최면 감수성 검사를 받는다.

책이나 영화 내용에 쉽게 몰입하고 연애에 잘 빠지는 사람일수록 최면에 잘 걸린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상상할 때 영상이 선명한 사람도 최면 감수성이 좋다. 성인보다는 청소년이 최면에 잘 걸리며, 지능이 높으면 최면 감수성도 높은 경향이 있다. 대개 10명 중 4명은 최면에 안 걸린다.

변 원장은 최면의 효과는 대부분 의사의 치료 방법과 의사에 대한 환자의 신뢰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최면 감수성이 높고 자기 최면을 열심히 하면 최면 치료를 1회 정도로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면 치료를 받는 사람은 다양하다. 암이나 만성질환에 따른 통증을 조절하거나 시험불안증, 대인공포증, 무대공포증, 스트레스 등 정신적 불안이 있을 때도 효과적이다.

무대에 오르는 일이 많은 음악가들은 사전에 최면을 통해 뇌세포의 흥분을 중화시켜 주면 실제로 연주를 할 때 심적으로 편안한 상태를 갖게 된다.

대개 최면 치료는 1012회 받게 되는데 4, 5회만 받아도 좋아지는 사람이 있다. 한 번 최면 치료를 받는 데 1시간 정도 걸린다.

채 원장은 최면은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이 꿈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최면은 자신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게 해서 자신에게 숨겨진 꿈을 찾아내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도록 해 준다고 말했다.



이진한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