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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최악 상태 회복 어려울것

Posted August. 31, 2006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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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통제권 논란, 미군기지 이전 반대 시위, 대북 정책 논란. 미국과 북한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우리 사회 이념갈등의 근저에는 한국 현대사에서 미국의 역할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뿌리 깊은 인식의 차이가 놓여 있다. 한미동맹이 한국사회 번영의 주춧돌이 됐다는 시각에 맞서 한쪽에선 한국 현대사 비극의 주된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좌파적 인식도 여전히 팽배하다. 1980년대 이후 그 같은 좌파적 현대사 해석에 가장 심대한 영향을 미친 학자는 브루스 커밍스(63) 미국 시카고대 석좌교수다. 그가 수정주의적 시각에 입각해 1970년대에 쓴 논문들이 1980년대 초 한국 사회에 하나둘 번역된 데 이어 1986년 10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한국전쟁의 기원 이 미국에서 출간된 지 5년 만에 국내에 번역 출판돼 6•25전쟁을 보는 젊은이들의 시각에 큰 변화를 가져 왔다. 그 후 20년. 커밍스 교수는 지금의 한미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e메일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의 요즘 생각을 들어봤다.

현재의 한미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미동맹은 1950년대 이래 최악의 상태다. 기본적 원인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있다. 그러나 워싱턴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급진주의자이며 동맹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이 노 대통령에게 있다는 견해가 민주, 공화당 구분 없이 퍼져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나는 그런 견해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런 점에서 미국에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동맹관계가 가장 좋았던 때처럼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앞으로의 동북아 안보 환경을 예상한다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노무현 정권을 벌주려는) 징벌적 차원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하려고 하는 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미 국방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길 원한다. 따라서 미군이 완전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은 매우 상황을 소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아베 신조() 관방장관은 낡은 사상을 갖고 있는 민족주의자(unreconstructed nationalist)다. 그가 총리로 집권하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체니 부통령은 일본의 재무장을 바란다. 한국은 매우 어려운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이다.

625전쟁에 대해 묻겠다. 한국을 미국의 방어선에서 제외시킨 애치슨라인이 남침을 유도했다는 해석이 있었는데.

1950년 1월 당시 딘 애치슨 국무장관의 연설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전미신문기자협회에서 발언했는데 그 내용이 기록되지 않았다. 그런데 뉴욕타임스가 일요일자 리뷰에서 애치슨라인에 한국이 포함된 것으로 잘못 보도했다. 북한의 노동신문도 뉴욕타임스를 베낀 러시아 신문을 보고 애치슨라인에 한국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어쨌든 당시 미 행정부가 애치슨라인을 통해 남침을 유도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다.

이 문제는 매우 미묘하고 이해하기 쉽지 않다. 애치슨 장관은 한국 대만 베트남 태국 이란 유럽 등을 걱정하면서도 수세적 입장에서 방어 포지션을 구축하려 했다. 그것은 이해할 만하다. 국무장관이 모두에게 완전한 안전 보장을 약속해 줄 수는 없었다. 애치슨 장관이 북한의 침공을 유도하기 위해 그렇게 말했다고 보는 것은 극도로 가능성이 희박한 해석이다. 비밀 해제된 문건들을 보니까 내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스탈린이 훨씬 더 깊이 개입해 있었다. 영국 정보기관에서 나온 문건에 따르면 스탈린은 김일성에게 미국은 한국을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선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을 학살의 원흉으로 규정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비밀 해제된 문건들을 연구한 미국 학자 가운데 맥아더 장군이 625전쟁 이전이나 전쟁 기간에 미국의 정책을 주도했다고 보는 역사가는 없다. 1950년 8월 북한으로의 진격을 결정한 것은 해리 트루먼 대통령과 애치슨 장관이었다. 양민학살의 책임에 관해 말한다면, 맥아더 장군이 한국이나 중국에 대해 인종적 편견을 가진 최악의 미국인일지는 몰라도 양민학살은 그가 일본 점령군 사령관으로 있을 때 일어난 것이다. 그가 그런 걸 명령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김일성이 양민학살을 중단하라고 (부하들에게) 말했음을 보여 주는 비밀문서를 갖고 있다.

한국의 현대사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굴욕의 역사로 보는 시각과 기적적인 성장을 이룬 자랑스러운 시기로 보는 시각이 맞부딪친다.

한국인들은 한국이 얼마나 많은 걸 이뤘는지에 대해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20세기는 한국에 가혹했지만 21세기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시대에 인적 자원과 높은 교육 수준은 성공으로 가는 티켓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혹독한 압제 속에서도 민주화의 승리를 이뤄냈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는 산업화 지도자(industrial sovereigns)였다. 비스마르크, 헨리 포드, 스탈린 등 산업화를 이끈 다른 지도자들의 경우를 봐도 그들이 다 좋은 사람이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인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건 그가 산업화를 이끈 통치자였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의 방식은 중공업을 키우는 데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또한 민주주의를 한 세대 동안 쫓아냈고 많은 노동자와 보통 사람에게 상처를 줬다.

한국 일각에선 625전쟁 비극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는 주장의 논거로 여전히 당신의 책을 인용하고 있다.

내용이 긴 책이 갖는 문제는 사람들이 일부만을 인용한다는 점이다. 역사가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수천 건의 북한 문서와 비밀 기록들에 접근한 첫 민간인 미국 학자다. 내가 사람들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책을 직접 읽고 판단하라는 것이다.

한국에선 수정주의의 영향 때문에 한쪽으로 기운 현대사 인식을 바로잡자는 취지에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라는 책이 발간돼 논쟁이 붙었다.

그런 분위기는 아주 바람직하다. 토론을 환영한다. 역사는 굳어 있는 게 아니다.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물론 그럼에도 한국 현대사에 대한 나의 이해가 흔들리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2월 발간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에는 커밍스 교수의 부인인 우정은 미시간대 정치학 교수가 1950년대를 재평가한 논문도 실려 있다. 부부간에 시각이 너무 다른 것 아니냐고 묻자 커밍스 교수는 아내와 나 사이엔 산업화 지도자로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포함해 견해가 다른 부분이 있다. 우리는 서로 토론한다며 웃었다.



이기홍 김승련 sechepa@donga.com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