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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칩 살 돈 없어 긁어모은 게임칩으로 연구하는 대학들

AI칩 살 돈 없어 긁어모은 게임칩으로 연구하는 대학들

Posted May. 04, 2024 07:17   

Updated May. 04, 2024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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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술전쟁의 일선에 있는 대학 연구진들이 예산 부족으로 최신 AI 칩을 확보하지 못해 연구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하지 못해 급하게 긁어모은 구형 게임용 GPU로 연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자들 사이에선 “다른 나라들은 대포를 들고 싸우는데 우리는 총 한 자루 들고 기술전쟁에 뛰어든 셈”이라는 한탄이 나온다.

일차적인 이유는 AI 칩 가격은 뛰고 있는데 대학 연구비가 이를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AI 시장이 확대되면서 GPU 등은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일반적 수준의 AI 연구에도 최소 5억 원은 필요한데 공학 분야 전임 교원 1인당 평균 연구비는 인건비를 포함해도 2억5000만 원에 그친다. 구형 장비를 이용해 현재 세계 최신 수준과 유사한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100년이 넘게 걸릴 지경이다.

어렵게 칩을 확보해도 대학 내 전력 부족으로 구동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교수들이 직접 전력이 남는 건물을 찾아 뛰어다녀야 한다. 가용전력은 포화상태인데 추가 전력확보 계획은 없는 상태다. 정부가 기업과 대학에 무상으로 GPU를 제공하는 사업 규모는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기업의 기부나 투자로 대학에 GPU를 대규모로 공급하는 미국이나,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학에 공동으로 데이터와 컴퓨팅 인프라를 지원하는 캐나다에 한참 뒤쳐진다.

심지어 AI 경쟁에서 국가적 전략 자산이 될 초고성능컴퓨터(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 사업도 예산 부족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연구 환경이 이러니 그나마 얼마 되지 않은 연구인력도 해외로 떠나는 AI 인재 순유출국이 되고 있다. 정부는 AI 분야에서 G3(주요 3개국)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열악한 연구 인프라를 방치하면 공허한 외침에 그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AI 기술전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AI 및 AI 반도체 분야에 2027년까지 9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제대로 계획을 세워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한다. 민간 투자를 촉진하고, 연구개발(R&D) 수준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구축과 인재 확보에 나서야 한다. AI가 초기 시장이라 아직은 선점의 기회가 있다. 하지만 더 머뭇거리다간 영영 실기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