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다닐 때 가장 신나는 하루를 꼽는다면 아마 소풍날일 것이다. 그런데 교사들에게는 가장 길고 힘든 하루다. 전국 초등교사 2만여 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90%가 소풍과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학습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대체로 부정적’이라는 응답까지 합치면 97%에 육박한다. 이처럼 교사들이 현장학습에 부정적인 이유로는 안전사고 발생에 따른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불안감, 학부모 민원과 과도한 행정 업무에 대한 부담감이 꼽힌다.
일선 학교의 현장학습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올해 수학여행을 가는 서울 초중고교는 전체 1331곳 중 231곳(17%)뿐이다. 소풍이나 견학처럼 당일치기 현장학습을 합쳐도 407곳(31%)에 불과하다. 2년 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장학습이 실종된 배경에는 2022년 11월 강원 속초시 테마파크로 현장학습을 갔던 초등 6학년생이 후진하던 버스에 치여 숨진 사건이 있다. 당시 인솔 교사가 1, 2심에서 유죄를 받자, 불의의 사고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거나 교직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진 것이다. 최근에는 전남 목포 유치원에서 숲 체험 도중 사라진 아이가 사망한 사건으로 교사 2명이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현장학습 중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교사의 책임을 덜어주는 학교 안전사고 예방법이 시행됐다. 하지만 교사들은 실효성이 없다고 한다. 행사 준비부터 안전 책임까지 모두 교사의 몫이고, 만약 사고가 나면 안전 조치를 다 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기 아이를 돌볼 때도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일이지만, 정상적인 교육활동 과정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까지 교사에게 형사 처벌을 하는 것이 맞나. 교육부가 조만간 현장학습 보완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교사의 면책 범위를 분명히 하고 안전 전문 인력, 행사 보조 인력 등 실질적인 지원으로 교사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자녀 안전이 걱정된다며 현장에 따라오거나 버스 좌석 배치, 식단까지 시시콜콜 간섭하는 학부모 민원도 교사들을 위축시킨다. 민원이 해결되지 않으면 학교나 교사를 상대로 고소, 고발도 불사한다. 학부모는 자중해야 한다. 비정상적인 민원을 하는 학부모, 책임이 버거운 교사 등 어른들이 전인적으로 성장할 아이들의 기회를 빼앗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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