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을 사실상 지배하는 김범석 쿠팡Inc 의장(사진)이 기업 총수(동일인)로 규정됐다. 이에 따라 김 의장은 총수일가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등 한층 강화된 규제의 직접적인 대상이 된다. 쿠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 달 1일자로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을 지정하며 쿠팡의 동일인을 김 의장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쿠팡의 동일인이 바뀐 건 2021년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이후 처음이다.
쿠팡이 동일인 지정 예외 요건에서 벗어난 것은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 씨의 경영 참여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쿠팡 모회사인 쿠팡Inc의 미등기 임원인 김 씨는 파견 형식으로 한국 내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그동안 공정위는 김 씨가 이사회 등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연봉이 등기임원(30억 원)보다 낮은 5억 원 수준이라 임원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올해 현장점검 결과 김 씨의 직급이 쿠팡 내 최상위 수준인 부사장급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포함한 연간 보수와 대우 역시 등기임원에 준했다. 김 씨는 물류·배송 정책 관련 회의를 수백 회 이상 주최하거나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이사 등을 초대해 주간 업무실적을 점검하기도 했다. 주요 사업의 구체적인 업무 집행 방향을 결정하는 데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도 드러났다.
동일인이 김 의장으로 바뀌면서 쿠팡이 적용받는 규제가 대폭 강화된다. 총수 일가(4촌 이내 혈족·3촌 이내 인척)가 지분 20% 이상을 소유한 해외 계열사를 알리는 등 공시 의무가 더해지고 사익편취 금지 규제 범위에도 들어가게 된다. 외국인이 대기업집단 총수로 규정된 건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이후 두 번째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와 대기업집단 시책 적용의 최종 책임자인 동일인을 일치시켜 권한과 책임의 괴리를 해소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쿠팡 측은 공정위 결정에 반발하며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쿠팡은 지정 전 협의 과정에서도 공정위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