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이 해상에서 봉쇄를 지속하는 가운데 전쟁이 장기전·소모전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사실상 ‘무기한 휴전’을 선포한 후 이란 역시 전쟁을 재개하지 않으면서 양측 간 공습은 일단 멈췄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해상 봉쇄, 역(逆)봉쇄와 더불어 양측의 신경전·선전전이 맞물리며 ‘총성 없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 행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란과의 종전 협상과 관련해 “시간을 두고 진행할 것”이라며 “서두르고 싶진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트루스소셜에도 “내겐 세상의 모든 시간이 있지만, 이란은 그렇지 않다”며 “시간은 그들(이란)의 편이 아니다”라고 썼다. 이번 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 미국이 시간에 더 쫓길 거라는 일각의 관측을 일축하며 이란이 더 불안해질 거라고 주장한 것.
지도부 내부 분열 가능성이 제기된 이란에선 강경파가 주도권을 쥐며 당장의 타협보다는 미국에 맞서 버티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이날 이스라엘 채널12방송은 미국과 1차 종전 협상 때 이란 협상단을 이끈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이 강경파 혁명수비대의 개입으로 협상 대표에서 물러났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부친과 같은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며 혁명수비대 장군들이 국정 운영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이란 인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양국의 군사적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미 중부사령부는 항공모함 조지 H W 부시호의 중동 해역 합류를 공개했다. 이로써 중동에는 총 세 척의 미 항모가 배치돼 군사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이란은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추가로 설치하며 맞섰다.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이 이번 주 호르무즈에 기뢰를 추가로 설치했다고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이 3주 연장될 거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이 2차 종전 협상 날짜도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레바논의 추가 휴전이 협상 재개를 위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