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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원 90% 수입하는데 너무 저렴한 한국 에너지값

에너지원 90% 수입하는데 너무 저렴한 한국 에너지값

Posted March. 20, 2026 09:03   

Updated March. 20, 2026 09:03


(5판용) 고유가 위기에 ‘자동차 10부제’가 시행될 수 있다고 한다. ‘생업 때문에 매일 트럭을 몰아야 하는 사람은 어쩌나’ ‘10부제는 강제인가 선택인가’ 등 벌써부터 논란이 뜨겁다. 민간에 10부제가 실시되면 걸프전으로 유가가 급등한 1991년 이후 35년 만이라, 정부로서는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려울 것이다.

사실 이런 에너지 수요 억제책은 진작 나왔어야 했다. 한국은 에너지 빈국인데도 그간 너무 편하게 물쓰듯 에너지를 소비해 왔다. 한국 에너지 자급률은 18%가량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이다. 석유, 가스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 수급이 불안한데 한국의 1인당 전기 소비량은 캐나다, 미국에 이어 세계 3위로 꼽혔다.

전기를 펑펑 쓸 수 있는 배경엔 저렴한 전기요금이 있다. 글로벌페트롤프라이스에 따르면 한국 가정용 전기요금은 2024년 기준 킬로와트시(kWh)당 106.3원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전기요금이 한국보다 낮은 곳은 캐나다뿐이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선 ‘장바구니 물가가 올랐다’는 말은 많아도, ‘전기요금이 너무 비싸다’라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유럽은 다르다. 프랑스의 경우 통상 봄이나 초여름 각 가정에 전년도 사용량을 토대로 1년치 ‘연간 정산 요금’ 고지서가 나온다. 납부는 월 단위로 하지만, 연간 요금이 한꺼번에 찍히니 전기료이 고지되는 시기가 되면 다들 얼마나 올랐냐는 얘기로 시끄럽다. 독일에선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베를린, 쾰른, 뒤셀도르프 등 전국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한국 전기요금이 유독 저렴한 이유는 정부의 가격 통제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전기는 공공성이 크니 유가가 오른다고 쉽게 올리긴 어려워 정부가 통제한다. 과거 정부가 낮게 설정했던 산업용 전기요금은 경제 성장에 큰 힘이 됐다. 반도체, 철강 등에서 세계적인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하지만 시장 논리를 과도하게 거스르는 정치적 가격 통제는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 전기요금 인상 요인들이 발생해도 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동결로 결론을 낼 때가 많다. 표와 직접적 연관이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은 올랐지만, 유권자들이 민감해 하는 주택용, 일반용(상업시설용)은 2023년 5월 이후 인상된 적이 없다.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불어난 수요를 감축하지 못하면, 정부가 아무리 다양한 에너지 정책을 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수요를 억제하지 못하는데 에너지 문제가 심각해지면 그땐 단순한 수급난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한국 경제가 통째로 흔들릴 일이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시작된 뒤 유가가 순식간에 배럴당 100달러를 뛰어넘으며 안 그래도 변동성이 심한 원-달러 환율도 심리적 안정선인 1500원 선을 깼다. 에너지 수급 관리가 안보의 핵심이 된 현실에 맞게 전기요금 결정 체계도 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