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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5%’ 현실화땐 현대차-기아 연 4조 증발… 의약품도 불똥

‘15%→25%’ 현실화땐 현대차-기아 연 4조 증발… 의약품도 불똥

Posted January. 28, 2026 09:28   

Updated January. 28, 2026 09:2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국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올리겠다는 글을 올리며 국내 산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대미 관세율 인하를 공식 발표하면서 이미 대부분의 기업이 올해 대미 관세율 15%를 기준으로 경영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관세율이 10% 추가 적용될 경우 기업들은 한국 내 생산 물량을 조정하는 등 다시 한번 불확실성에 휩싸이게 된다. 재계에선 “정부가 빨리 미국과 추가 협상해 혼란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직격탄 우려되는 자동차 “3, 4조 추가 부담 우려”

27일 나온 ‘트럼프 SNS’에 가장 놀란 것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지난해 4월 25% 상호관세 부과 이후 12월 15%로 관세율이 떨어지기 전까지 약 7개월 동안 미국 시장에서 고전한 경험이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3분기(7∼9월) 실적 발표 당시 25% 관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던 3분기에만 두 회사 합산 3조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투자업계는 자동차 대미 관세율이 다시 25%로 오를 경우 현대차의 추가 부담이 3조∼4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은 관세가 인상될 경우 두 회사가 추가로 부담할 비용이 4조4000억 원에 이른다는 계산을 내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발간한 ‘자동차 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15% 관세율에서 25% 관세율을 적용받을 경우 3조1000억 원의 추가 부담이 생길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미국 시장에서 가격을 최대한 억눌러 매출액이 줄어들지 않도록 방어하더라도 영업이익은 2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게 투자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구체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장재훈 부회장은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수주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캐나다로 출국한 상태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 약품도 불똥… “대책 찾아달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 품목으로 자동차와 함께 의약품을 언급하면서 바이오 업계도 비상등이 켜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은 최근 관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미국 현지 공장을 인수했지만 생산량이 한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한국 공장 생산 규모가 78만4000L인 데 비해 미국 공장은 6만 L에 그친다. 업계에선 “미국에 투자는 투자대로 하고 관세는 관세대로 물게 된 상황”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유럽과 일본은 의약품 관세를 최대 15%로 합의했기 때문에 만약 한국에만 25%가 부과될 경우 가격 측면에서 크게 불리해진다.

가전업계는 한국의 대미 관세율이 추가로 10% 인상될 경우 공급망을 한국 바깥으로 보내는 등 생산량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차전지 업계는 북미 지역에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있어 직접적인 관세 영향은 작겠지만 자동차 대미 수출이 줄 경우 동반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경제계에선 실제 관세율이 오를 경우 한국 경제 자체에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미국이 한국 수입품에 25% 관세를 적용할 경우 한국의 실질 GDP가 약 1%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씨티은행 역시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 반도체, 부품 등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한국의 실질 GDP가 0.2%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기업들은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이 실제 관세를 올릴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저런 시장 내 소문이 섞여 혼란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에서 빠르게 사실 관계를 파악해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원주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