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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만의 최고환율…국민연금 ‘환헤지’ 나설듯

27년만의 최고환율…국민연금 ‘환헤지’ 나설듯

Posted December. 22, 2025 10:25   

Updated December. 22, 2025 10:25


올해 외환시장 폐장일(12월 30일)을 6거래일 남겨둔 가운데 연평균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 같은 고환율 추세를 꺾기 위해 남은 기간 연말 환율 종가를 최대한 방어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대규모 환헤지와 함께 수출기업들의 방어전 동참 여부에 연말 종가 환율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달 19일까지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21.16원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평균 환율(1394.97원)보다 26.19원 높다. 19일 주간거래 종가는 1476.3원으로 최근 환율 흐름이 이어진다면 올해 연평균 환율은 1420원대로 굳어질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지난주 정부와 한은은 외환 건전성 규제까지 완화하면서까지 시중에 달러를 공급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시장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19일 소폭 하락했던 환율은 1478.0으로 20일 야간거래를 마감(오전 2시 기준)하며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정부는 이처럼 환율 상승에 베팅하는 시장의 기대를 꺾기 위해 올해 외환시장 폐장을 앞두고 총력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말 환율 종가는 달러에 민감한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채비율 등 재무 건전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데다 내년 상반기(1∼6월) 환율과 물가의 방향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30일 1472.5원으로 마감하며 1997년 말(1695.0원)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이 오르며 시장의 우려를 키운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한은과의 외환스와프를 활용해 대규모 환헤지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외환스와프는 투자 시 달러가 필요한 국민연금이 한은에 원화를 맡기고, 달러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이에 외환시장에서 직접적으로 매수하지 않게 돼 달러 수요를 줄일 수 있다. 지난달 말 정부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4자 협의체’를 출범하며 환율 안정 대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이달 16일 국민연금과 한은은 650억 달러 규모의 외환스와프 계약을 내년 말까지 1년 연장하기로 한 바 있다.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은 19일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가 일부 재개된 게 사실”이라며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유연하게 해서, 그에 따른 스와프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정부의 압박으로 이번 주 수출기업이 보유한 달러가 시중에 풀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8일 국내 7대 기업 관계자들을 소집해 긴급 환율 간담회를 열어 신속한 달러 매도를 당부한 바 있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