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보고 싶은 것을 본다. 진실보다는 믿고 싶은 쪽을 선택하고, 익숙한 틀 안에서만 대상을 이해하려고 한다. 보이는 것과 실재하는 것은 결코 동일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르네 마그리트의 ‘인간의 조건’(1933년·사진)은 바로 이 인지의 습성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언제나 어떤 프레임을 통해 본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작품 구성은 단순하다. 창문 앞에 놓인 이젤, 그 위의 캔버스, 그리고 창밖 풍경. 캔버스에는 창밖 풍경의 일부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창문 너머의 실제 풍경과 완벽하게 이어져 보인다. 감상자는 자연스럽게 이 캔버스가 창밖 풍경을 재현한다고 가정하게 된다. 즉, 그림 속 풍경이 현실이고 캔버스가 그 현실을 재현한 것이라고. 그러나 이 가정이야말로 마그리트가 집요하게 흔들고자 한 지점이다.
잠시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금세 깨닫게 된다. 창밖의 실제 풍경이라고 믿는 영역도, 그 풍경을 그린 캔버스도 모두 화가가 하나의 화면 위에 구성한 이미지일 뿐이라는 사실을. 현실처럼 보이는 창밖 풍경도 사실은 그림이고, 그 위에 다시 그려진 풍경도 그림 속 그림일 뿐이다. 둘을 구분하려는 시도 자체가 이미 익숙한 인식의 습관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그림은 보여준다.
‘인간의 조건’은 지각과 실재의 관계라는 오래된 철학적 문제를 회화적으로 압축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림의 제작 시기를 떠올리면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1933년은 나치가 독일에서 정권을 장악하고 선전과 이미지 조작으로 대중의 지각을 통제하던 때였다. 대중은 ‘보여주는 대로’ 현실을 봤고, 믿고 싶은 허구를 믿어버렸다. 그 결과 폭력과 진실은 은폐됐다. 그림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묻는다.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실제인가, 아니면 익숙한 틀에 의해 구성된 이미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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