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입 원자재 비중이 큰 국내 식품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환율 충격이 2∼3개월 뒤 순차적으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면서 식품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1.0원 오른 1458.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에는 1380원에서 1400원 수준이었지만 1년 만에 4% 넘게 오른 셈이다.
국내 식품 제조업체 상당수는 핵심 원료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1월 발표한 ‘고환율 기조가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국내 식품제조업의 국산 원재료 사용 비중은 31.8%인 것으로 나타났다. 팜유, 밀, 대두, 원당 등 필수 원료의 70% 가까이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식품 기업들도 이런 수입 구조에 의해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설탕과 밀가루, 식용유를 제조하는 CJ제일제당은 원맥과 대두를 미국, 호주 등에서 주로 들여오고 있다. 3분기(7∼9월) 기준 설탕 제조에 필요한 원당과 식용유를 만드는 대두 매입 비용만 각각 5918억 원, 5872억 원에 달했다.
가파른 환율 상승은 식품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3분기 사업보고서에서 “다른 변수가 일정할 때 환율이 10% 상승하면 세후 이익이 13억818만 원 감소한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 3분기 매출은 4조5326억 원, 영업이익은 2026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9%, 25.6% 감소했다. 롯데웰푸드도 3분기 사업보고서에서 환율이 10% 상승하면 이익이 35억3000만 원 감소한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환율 부담이 계속 이어지면 연말, 연초 제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를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라 현 환율 수준이 지속되면 판매 가격 인상은 피하기 어렵다”며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 부담이 늘어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다연기자 damong@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