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작성한 내용을 거의 그대로 싣는 식으로 인공지능(AI)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것으로 의심돼 철회된 국내 논문이 200건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서울대 등 주요 대학에서 AI를 이용한 커닝 사례가 잇따라 드러난 데 이어, 대량의 AI 논문 대필 의혹까지 확인되면서 학계가 ‘AI발(發) 혼란’에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가 16일 김완종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서비스센터 책임연구원과 함께 논문 철회 감시 사이트 ‘리트랙션 워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1년부터 이달 15일까지 국내 대학·연구기관 논문 중 ‘생성형 AI 사용 의심’을 이유로 철회된 사례는 204건이었다. 1999년 이후 전체 철회 논문의 14.3%에 달하는 규모다. 논문 철회는 중대한 오류나 연구윤리 위반 등이 발견될 때 해당 연구를 무효로 하는 조치다.
AI 사용 의심 논문은 챗GPT가 대중에게 공개된 2022년까진 9건에 불과했지만 2023년 이후 195건으로 급증했다. 이 중엔 서울대(1건), 고려대(2건), 연세대(1건) 등 주요 대학에서 발표된 논문도 있었다. 컴퓨터·공학 등 이공계가 164건(80.4%), 경영·사회 등 인문계가 40건(19.6%)이었다.
특히 204건 중 165건은 이른바 ‘논문 공장(paper mill)’이 AI를 이용해 대신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은 사례로 분류됐다. ‘논문 공장’은 건당 수백만∼수천만 원을 받고 논문을 대필하는 업체를 뜻한다. AI와 무관하게 논문 공장 의심만으로 철회된 논문도 51건이었다.
김 책임연구원은 “논문 작성 과정에서 AI 사용은 불가피해지고 있는 만큼, AI 사용에 대한 명확하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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