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너무 많이 실망해 왔다는 걸 알아. 노동자 계급 전체가 실망해 왔어. 이번엔 달라지길 바라.”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34)이 빨간 하트 모양 풍선을 들고 뉴욕 거리를 누비는 영상에 단 자막이다. 2월 7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으로 6월 24일 민주당 예비경선 참여를 위한 민주당원 등록 마감일이 밸런타인데이(14일)와 같은 날짜임을 착안한 홍보였다.
맘다니 당선인은 영상에서 자신의 공약인 무료 시내버스, 시 소유 식료품점, 임대료 안정화 주택, 보편적 보육 서비스 등을 거론한다. 민주당 경선 상대나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에 대한 언급 없이 ‘생활비 정치(affordability politics)’ 공약에 집중한 것.
맘다니 당선인의 승리 비결은 뉴욕의 고물가를 겨냥한 생활비 정치로 젊은층의 정치 참여를 이끌어낸 것으로 요약된다. 앞서 맘다니 당선인은 선거 기간 길거리에서 시민들을 인터뷰한 결과 “다시 뉴욕시를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의 도시로(Make New York Affordable Again)”를 선거 구호로 정했다. 맘다니 당선인은 “시민들이 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생활 물가, 생활 물가, 생활 물가’ 얘기를 가장 많이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뉴욕시의 물가는 천정부지다. 뉴욕시의 중위소득은 연 9만3400달러(약 1억370만 원)이고, 뉴욕시의 월세 중위값(리얼터닷컴)은 3599달러(약 528만 원)다. 임대료가 소득의 60% 수준인 것. 지난해 미 싱크탱크 재정정책연구소는 뉴욕시를 떠난 인구의 30%가 26∼35세라는 보고서도 내놓았다. 젊은층이 고물가를 감당 못 해 떠나고 있는 것.
맘다니 당선인은 고물가 해결에 사실상 ‘올인(다걸기)’ 했다. 1월 1일 뉴욕시의 전통인 브루클린 코니 아일랜드 해변 입수 행사에서 “당신의 임대료를 동결하겠다(I’m freezing your rent)”고 외치며 바다로 뛰어들었다. 또 소수민족 슈퍼마켓, 프리스타일 랩 배틀 현장, 교회 마라톤 행사장, 성소수자 클럽 등 구석구석을 누비면서 자신의 공약을 설파하고 이를 소셜미디어에 영상으로 올렸다. 이는 젠지(Z세대·1995∼2010년 출생자)의 자발적 참여와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 확산으로 이어졌다.
맘다니 당선인에 대한 젊은층의 지지는 두드러졌다. 사전투표에서 중간 연령은 3년 전 55세에서 올해 50세로 낮아졌다. 뉴욕타임스 분석에 따르면 중간 연령이 45세 미만인 지역에서 맘다니 당선인의 평균 승리 폭은 30%포인트였다. 젊은 유권자들은 “임대료 동결 계획”을 투표의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한국 정치권에서도 생활 정치는 필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과 고물가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고물가 문제는 나라의 존속이 달린 저출생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2030세대의 득표율이 낮은 것은 매력적인 의제를 발굴하지 못한 기성 세대 정치인의 책임이다. 내년 지선에서 젊은층의 마음에 다가서려면 맘다니 당선인처럼 길거리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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