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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투자 속도 낸 기업들… ‘글로벌 제조업 허브’ 도약 계기로

국내투자 속도 낸 기업들… ‘글로벌 제조업 허브’ 도약 계기로

Posted November. 17, 2025 08:34   

Updated November. 17, 2025 08:34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삼성·SK·현대차·LG·HD현대·셀트리온·한화의 총수 등과 만나 국내 투자 및 고용 확대를 요청했다. 한미 관세·안보 협상이 끝남에 따라 기업들의 대미투자가 급증해 발생할 수 있는 ‘제조업 공동화’에 적극 대응해줄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이에 대기업들은 공격적인 국내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정부의 요청에 화답했다고 한다.

관세협상 타결로 한국산 수출품이 미국 시장에서 일본·유럽연합(EU)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기업과 정부는 막대한 투자부담을 지게 됐다. 정부 주도 2000억 달러 투자와 별도로 기업들은 1500억 달러 마스가(한미 조선협력) 투자, 반도체·자동차·2차 전지 분야 1500억 달러 투자를 도널드 트럼프 정부 임기 중 확정해 추진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의 총 투자액은 5000억 달러(728조 원)으로 내년 우리 정부 예산안과 맞먹는 규모다. 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투자도 3000억 달러로 올해 한국 내 제조업 설비투자액 1000억 달러의 3년 치에 해당한다. 단계별로 진행된다 해도 해당 기업의 국내투자 여력을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이들이 제공하는 양질의 일자리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 기업들이 국내투자 의지를 밝힌 건 고무적이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 캠퍼스 최첨단 공장을 2028년까지 완공하는 등 투자의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SK그룹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대한 투자 증액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계획보다 8조 원 이상 늘어난 125조2000억 원을 2030년까지 국내 자동차 시설과 AI, 로봇 분야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LG그룹도 5년간 100조 원 투자 계획을 재확인했다. HD현대과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소와 미국에 투자한 시설을 동시에 확대해 공조체제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의 제조업 기반을 위협하는 대미투자는 ‘세계 6위 제조업 강국’을 위협하는 중대 요인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국내 연구개발(R&D) 역량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경쟁력을 지켜내는 데 성공한다면,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한국을 ‘제조업 허브’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들의 국내투자를 말로만 독려할 게 아니라 이들의 도전 의지를 북돋울 뚜렷한 정책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