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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허제 와중에… 규제에 15만채 공급 묶였다

토허제 와중에… 규제에 15만채 공급 묶였다

Posted October. 21, 2025 08:31   

Updated October. 21, 2025 08:31


서울에서 추진되는 재개발·재건축 가운데 15만3000채가 여러 규제가 중첩된 ‘겹규제’ 때문에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사실상 유일한 주택 공급 방식인 재개발·재건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10·15 부동산 대책이 집값 안정 효과를 내려면 규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지금보다 더 과감하게 부지를 확보해 도심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20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에는 676곳의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구역이 지정돼 있다. 이들 구역의 총 주택 물량은 36만7082채에 이른다. 하지만 이 중 절반에 가까운 385곳, 15만3641채(41.9%)는 아직 구역만 지정돼 있을 뿐 사업 초기 단계라 할 수 있는 사업시행인가 문턱도 넘지 못한 상태다.

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재개발·재건축 중 사업이 늦어지고 있는 하위 25% 구역은 사업 첫 단추인 안전진단을 마무리하고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데만 평균 8년 7개월이 걸렸다. 속도가 빠른 상위 25% 구역이 평균 3개월 만에 이 단계를 마무리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속도가 늦어지는 이유로 공사비 급등으로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 여러 규제가 함께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1을 넘어서며 2020년(100) 대비 30% 이상 올랐다. 정부는 지난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에는 일단 시행으로 선회한 상태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분담금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조합원이 자신의 집을 팔고 재개발·재건축 구역에서 빠져나오는 길도 막힌 상태다.

정부가 그동안 발표한 도심 유휴부지나 신규 택지 공급 역시 실질적인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공사비가 급격히 오르면서 재개발·재건축 사업 환경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며 “주택 공급 확대라는 목적을 위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공공기여 방식 등을 다시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20일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지원하는 ‘주택시장안정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지역별 연도별 공급계획을 세부적으로 밝히는 수도권 공급지도를 올해 안에 공개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또한 재개발·재건축 인허가의 단계별 과정을 동시에 병렬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해 속도를 내는 법안도 11월 중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