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 달러(약 496조 원) 대미 투자에 관한 이견 때문에 난관에 봉착했던 한미 관세협상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은 아주 빠른 속도로 서로 조율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한국과의 협상이 곧 마무리될 것 같다. 10일 내에 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에 양국이 합의점을 찾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한국에 요구하는 ‘현금 선불’ 방식의 대미 투자가 외환위기를 초래할 수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우리 측의 설명을 어느 정도 납득한 것으로 보인다. 3500억 달러는 9월 말 한국의 외환보유액 4220억 달러의 83%나 되는 엄청난 금액이다. 이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한국은 ‘달러 마이너스 통장’격인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한미 중앙은행이 맺게 해달라고 미국에 요구해 왔다.
양국은 ‘무제한’까지는 아니라도 한국의 외환시장 방어에 필요한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는 방안, 달러 대신 한국 원화 기반으로 투자하는 방안 등 몇몇 대안을 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 부족을 겪는 아르헨티나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 재무부가 자체 자금을 이용해 맺은 200억 달러 통화 스와프도 참고 사항이라고 한다. 미국은 최근 격화하는 중국과의 무역갈등 문제에 더 집중하기 위해 한국과의 협상을 서둘러 타결하려는 분위기다.
통화스와프와 관련해 돌파구가 열린다 해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3년 3개월의 트럼프 정부 잔여임기 동안 3500억 달러를 대출·보증이 아닌 현금으로 투자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양국이 투자이익을 반반씩 나누다가, 원금회수 뒤 이익의 90%를 미국이 챙겨가는 방식이라는 미국 제안도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투자프로젝트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지정하는 것도 한국기업 관련 사업에 투자를 원하는 한국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최근에도 “한국은 3500억 달러를 선불로 내기로 합의했다”는 발언을 되풀이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 역시 여전한 돌발변수다. 협상 타결의 적절한 ‘명분’을 미국에 제공하면서도, ‘국익 극대화’란 우리의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 정부는 최종 협의에 도달하는 순간까지 한 치의 방심도 있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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