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6년 8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가지며 북중관계 복원에 나섰다. 지난해 러시아와의 정상외교를 통해 전략적 동맹관계를 구축했던 김 위원장이 상대적으로 소원했던 북중관계를 되살리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북한이 틈새를 파고들어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핵 보유국 지위를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 북중 전략적 소통과 고위급 교류 강조 예상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이날 열병식 참관 후 댜오위타오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사람이 마주앉은 건 2019년 1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예정된 2차 북미정상회담을 한 달 앞두고 사전 조율 차원에서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회담 전부터 시 주석과의 밀착을 과시했다. 중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준하는 최고 예우로 김 위원장을 맞이했다. 김 위원장이 차량에서 내리는 장면부터 푸틴 대통령에 이어 의전서열 2번째로 행사장으로 입장하기까지 중국중앙(CC)TV가 집중 중계했고,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 두 손으로 악수하며 환대했다.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는 김 위원장에게 한국말로 “반갑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후 톈안먼 망루에 오르기 위해 이동하는 와중에도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 웃으며 꾸준히 환담을 나누는 장면이 오랫동안 전파를 탔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선 뜸했던 고위급 교류를 활성화하자는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뿐 아니라 6년여간 어색했던 관계를 풀고 정상외교를 정상궤도로 올려놓자는 데 양국이 합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그동안 북중 관계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외교 행태는 정상회담이었고 시 주석은 북중 간 고위급 교류를 강화하자고 항상 강조한다”고 말했다.
고위급 교류와 아울러 전략적인 소통을 강화하자는 이야기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과 같은 큰 외교적 이벤트나 핵실험과 같은 중대사안이 있을 때 냉전 시대부터 북중 사이에 사전 논의가 오가는 전통을 재확인하는 식이다.
● 金, 핵보유국 지위 공고히 하기 위한 퍼즐
김 위원장에게 이번 북중 회담은 러시아에 이어 중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함으로써 미국에 대항하는 ‘북중러 삼각 연대’ 완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과도 같다. 미중 갈등과 국제 제재 국면 속에서 북중 관계가 일정한 긴장과 거리를 유지해 왔지만, 이번 만남을 계기로 중국으로부터 실질적인 경제, 외교적 지원을 확보하는 주춧돌을 놓은 셈이다. 정부 내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 국면으로 향하는 가운데 러시아와의 안보 협력만으로는 한계를 느낀 북한이 외교적 고립과 위험을 헤징(분산)하고자 북중관계 회복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회담은 미중 대결 속에 북중의 상호 전략적 이익이 맞아떨어진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은 미국의 제재 완화 내지 무력화 국면을 굳히기 위해 중국을 이용하고, 중국 또한 한국·미국·일본 안보협력 체제의 압박을 완화하는 버퍼 역할로 북한과의 협력 복원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방중과 북중정상회담 등 행보에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셈법도 깔려 있다. 시 주석과의 동등한 회담 장면을 바탕으로 기존에 중국이 유지하고 있던 ‘북한 비핵화 원칙’을 누그러뜨리고 현실적인 핵 동결, 나아가서 핵 보유 인정이라는 메시지가 접수되길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라는 주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보호막을 등에 업고 북한이 핵을 보유한 채로도 주요국 정상들과 대등하게 회담할 수 있다는 ‘정상 국가 이미지’를 구축하는 한편 미국 주도의 제재 체제를 넘어서는 것이다. 또 향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대좌에서 이를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