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열 안봄) 이재명 대통령이 23일부터 24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취임 후 처음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직전 이시바 총리와의 회동은 그 자체로 파격적인 대(對)일 메시지라는 평가다. 한국 대통령의 방일이 방미보다 먼저 이뤄지는 건 처음이다.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계기에 이어 두 번째 만나는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과거사를 물밑에서 관리하고 미래지향적 협력을 확대하자는 ‘투 트랙’ 기조를 재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방미 전 방일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통해 이 대통령은 현 정부 ‘실용 외교’에 한미일 공조 강화가 우선순위에 놓여 있다는 점도 분명히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미래지향적 협력 발판을 공고히 하고 한일, 한미일 공조 강화 방안은 물론 역내 평화와 안정,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도쿄에서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 회담 후 만찬을 함께한다. 이어 24일 귀국하지 않고 곧바로 워싱턴으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취임 두 달여 만에 셔틀외교 조기 가동은 임기 초반 미국을 중심으로 한 우방국과의 관계를 공고히하려는 이 대통령과 참의원 선거 참패에 따른 퇴진 압박으로 정치적 돌파구가 필요한 이시바 총리의 이해 관계가 합치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은 참의원 선거가 끝난 뒤 이 대통령 취임 30일 전후로 추진됐다가 무산된 이 대통령 방일을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이어 한일 관계 협력 비전을 담은 ‘이재명-이시바 선언’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광복 80주년인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 한일 관계와 관련한 미래지향적 협력 메시지가 담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양국 협력 비전까지 제시될 경우 한일 밀착 수위가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돈다.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은 과거사 문제를 관리하는 원칙 등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도 예정된 사도광산 추도식 등 민감한 과거사 현안에 대한 이견을 건설적으로 풀어가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강 대변인은 이날 “방미, 방일 일정이 확정됨에 따라 대일, 대미 특사단 파견은 추진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 newji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