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판용〉 “손흥민 형이 남긴 7번은 내가 달겠다.”
양민혁(19·토트넘)은 5일 영국으로 향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토트넘 구단은 10년간 팀 간판선수로 활약한 손흥민(33)을 떠나보내면서 그가 달았던 등번호 7번을 ‘임시 결번’으로 지정했다. 손흥민 대체자를 찾을 때까지 등번호 7번을 어떤 선수에게도 주지 않기로 한 것이다.
손흥민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뉴캐슬과 맞붙은 친선 경기를 마지막으로 토트넘을 떠난다. 양민혁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소속 팀끼리 치른 이 경기 후반 교체 투입돼 그라운드를 밟았다.
양민혁은 “흥민이 형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함께 지내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토트넘에서도 워낙 대단한 선수여서 마지막 경기라는 게 아쉽다”며 “좀 더 같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형의 선택이고, 팀을 떠나는 순간에도 많은 것을 받고 떠난다고 느꼈다. 나도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거란 상상을 했다”고 말했다.
양민혁은 토트넘 선수단이 한국에 들어올 때 손흥민과 함께 태극기를 들고 입국했고 경기를 마친 뒤엔 포옹을 나눴다. 토트넘에서 선정한 유망주 다섯 명에 들어 한국행을 함께 한 양민혁은 “손흥민 형이 떠나고 나 혼자 하게 됐는데 악착같이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양민혁은 이날 ‘나 홀로 출국’을 하게 된 배경도 설명했다. 토트넘 선수단은 4일 영국으로 떠났지만 양민혁은 인천공항까지 왔다가 되돌아갔다. 호사가 사이에서는 ‘양민혁이 여권을 두고 온 거 아니냐’는 우스개까지 나왔다. 양민혁은 “원래 동료들과 함께 출국하는 거였는데 구단에서 ‘하루 더 쉬고 와도 좋다’고 배려해 줬다”며 “여권을 두고 온 건 절대 아니고 당일에 결정돼 그랬다”고 말했다.
양민혁은 다만 올 시즌에도 토트넘이 아닌 다른 팀에 임대될 것으로 보인다. 양민혁은 올해 1월 한국프로축구 강원을 떠나 토트넘에 입단했지만 지난 시즌에는 임대 선수 자격으로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소속 퀸스파크에서 뛰었다. 양민혁은 “지난 시즌 중간에 합류해 쉽지 않았고 만족하지 못했다”며 “새 시즌 거취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김정훈 hu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