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판용〉케빗 해싯(63)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13일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5억 달러(3조4500억 원) 규모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건물의 공사 비용이 과다하다며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대통령에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해임할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금리 인하 요구를 따르지 않는 파월 의장 해임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해싯 위원장도 여기에 가세한 거라는 분석을 내놨다. 해싯 위원장은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연준 건물 공사는) 워싱턴 역사상 가장 비싼 프로젝트”라며 “(초기 비용이던) 25억 달러보다 7000억 달러(966조 원) 초과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해명해야 할 것이 많다”고 했다. 앞서 연준은 2021년부터 워싱턴 내 2개 건물에 대한 개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준 보수 공사 비용이 파월 의장을 해임할 사유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대통령이 그렇게 할지 여부는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의 (비용 관련) 질의에 연준이 어떻게 답하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앞서 보트 국장은 10일 “연준이 옥상 정원과 인공 폭포, VIP 식당, 대리석 장식 등을 포함한 호화 청사 개조를 강행하고 있다”며 건물 보수 공사가 법을 어긴 것은 없는지를 조사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파월 의장에게 보냈다. 보트 국장은 연준에 업무일 기준 7일 내 답변을 요청했는데,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 파월 의장을 해임하기 위해 시간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미 정치 전문매체 악시오스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요구대로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자 내년 5월까지 임기인 파월 의장을 해임하기 위해 건물 공사 비용 문제를 들고 나섰다고 분석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향해 거듭 금리 인하를 압박하며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의사결정이 매번 늦는 사람)” “루저(loser)” 등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왔다. 2일엔 파월 의장이 연준 본부 공사 계획과 관련해 의회에서 위증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기사 링크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며 “즉시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준 의장 후보가 2∼3명으로 압축된 상황”이라고 파월 후임자를 거론하며 ‘힘 빼기’에 나서기도 했다. 해싯 위원장은 케빈 워시(55) 전 연준 이사와 함께 유력 후보로 언급되는 인사다. 그는 트럼프 1기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미·중 무역 전쟁에 참전하는 등 트럼프의 경제 분야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올 초 NEC 위원장으로 공식 취임한 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을 주도해왔다. 금리 정책과 관련해서도 저금리 정책을 추진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기조와 맞는다는 평가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