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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산불 149시간만에 “주불 잡았다”

Posted March. 29, 2025 07:16   

Updated March. 29, 2025 07:16


25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해 5개 시군으로 확산했던 역대 최악의 산불이 발화 149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는 28일 오후 5시 영덕과 영양을 시작으로 경북 5개 시군의 산불 주불 진화를 마쳤다고 밝혔다. 발화 일주일 만에 진화 국면을 맞은 것이다. 전날 늦은 오후에 짧게 내린 비가 풍전등화의 산림을 적시면서 멈출 줄 모르고 확산하던 산불을 멈춰 세웠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시작해 밤사이 경북 산불 피해지역인 의성과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5개 시군에는 1∼3㎜의 약한 비가 내렸다. 강우량이 적어 산불 진화에 큰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보였지만 비는 진화작업에 든든한 원군이 돼 줬다. 잠시 내린 비가 불똥이 날아가 번지는 ‘비산화’ 위험을 크게 낮춰줬다. 진화 작업의 핵심 장비인 헬기 운용에도 큰 도움이 됐다. 적은 양의 비였지만 진화헬기의 정밀 분사를 방해하는 연무를 제거해 준 것이다. 비 영향으로 기온이 전날보다 10℃ 이상 낮아진 것과 풍속이 떨어진 것도 주효했다. 기세를 몰아 밤새 작업 능률을 올린 산림 당국은 전날 오후 6시 기준 63.2%에 불과했던 5개 시군의 평균 진화율을 이날 오전 7시 기준 85%까지 끌어올렸다.

전환 국면을 맞은 산림당국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날 오전 일출과 동시에 헬기 88대, 진화장비 695대, 진화인력 5587대 등 가동장비를 총 투입했다. 이를 통해 정오에 진화율 94%를 찍었고 오후에는 영덕, 영양 산불 주불 진화에 잇따라 성공했다.

경남 산청 산불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낮 12시 기준 진화율은 93%로 전날 오후 7시(81%)보다 높아졌지만 오후 들어 강한 바람이 불며 곳곳에서 비화에 따른 재발화가 발생한 것이다. 지리산국립공원구역의 피해 면적은 전날 40ha보다 2배 늘어난 80ha가 됐다. 천왕봉에서는 4.5km 떨어진 지점으로 산림당국은 이 지점에 방화선을 구축해 천왕봉 사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역대 최악의 산불 사태에 대해 미국도 애도의 뜻을 밝혔다. 태미 브루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7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한국 남동부 지역에서 계속되는 산불로 인한 비극적인 인명 손실과 광범위한 피해에 진심으로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이 어려운 시기에 동맹국과 함께 한다. 주한미군도 화재 진압과 피해 지역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의성=명민준 mmj86@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