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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적게 쓴 ‘순살 아파트’… “무너진 건 아니잖냐”는 공무원

철근 적게 쓴 ‘순살 아파트’… “무너진 건 아니잖냐”는 공무원

Posted January. 24, 2025 07:24   

Updated January. 24, 202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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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후 정부가 대대적 조사를 벌여 “부실시공이 없다”고 했던 아파트에서 철근이 덜 들어간 기둥들이 다수 확인됐다. 천장을 버티기 위해 세로 방향 철근 8개를 기둥에 넣도록 설계됐는데, 실제로는 절반인 4개만 들어있는 경우까지 있었다. 부실한 정부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못한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 입주민이 직접 설계도를 들여다보고 주차장 천장의 철근 누락을 찾아낸 경우도 있었다.

이런 내용들을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정보관리원에 문의하자 담당 직원은 “단순 실수일 것”이라며 외면했다. 또 한 지자체의 아파트 준공허가 담당 과장급 공무원은 “검단 아파트처럼 무너진 건 아니잖나”라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고 한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순살 아파트 주차장’ 사고 후 정부가 조사를 벌인 같은 구조의 288개 준공 아파트 중 설계도면을 확보한 곳을 대상으로 시공 상태를 살펴본 결과다. 정부 조사팀이 사용한 것과 같은 장비를 써서 점검했더니 21개 단지 주차장의 850개 기둥 가운데 9개 단지, 25개의 기둥에서 철근이 누락돼 있었다. 사각기둥 한쪽 면에 4, 5개 철근을 넣어야 하는데 한두 개씩 빼먹은 경우가 수두룩했다.

취재팀이 입수한 국토부 보고서에도 철근 누락, 콘크리트 강도 법적 안전기준 미달 등의 사례가 기재돼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재작년 10월 말 “철근누락 등 부실은 하나도 없다”고 발표했다. 검단 사고의 원인인 기둥과 천장·바닥을 엮은 철근에 중대 하자가 없을 경우 부실시공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가 짧아도 4개월은 걸릴 조사기간을 2개월로 단축하면서 세로방향 철근누락 등을 조사항목에서 제외한 것이 안전점검의 결정적 허점을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부실공사가 이뤄진 지하주차장 위를 물을 가득 채운 소방차 등이 지날 경우 붕괴 위험까지 있다고 경고한다. 취재팀이 구조설계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아 시뮬레이션한 결과 철근이 제대로 시공된 30층 아파트는 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이 발생해도 60초 이상 버티지만, 철근이 절반만 들어간 아파트는 단 7초 만에 무너졌다.

결국 정부의 조급증과 공무원식 적당주의가 수박 겉핧기 조사를 자초했다. 몇 년 새 인건비, 시멘트 값 급등으로 건설업체들이 비용 줄이기에 나서고 있어 부실시공이 더 늘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아파트의 총체적 안전성을 끌어올리기보다 사고 파장을 줄이는 데 급급했던 정부의 부실조사가 국민을 더 불안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