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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풍의 한시

Posted February. 17, 2023 07:32   

Updated February. 17, 202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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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초엽 낙빈왕(駱賓王)이 쓴 시 중에 ‘거위의 노래’가 있다. ‘꽥, 꽥, 꽥/목 비틀며 하늘 향해 노래하네. 하얀 깃털은 푸른 물 위에 떠오르고/붉은 갈퀴는 맑은 물결을 휘젓네’. 해맑은 동심이 묻어나는 건 이 시가 일곱 살 때 지어졌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성인이 지은 한시임에도 동요 맛을 풍기는 작품이 더러 있다. 한시 특유의 근엄하고 진지하거나 혹은 세상사 달관한 듯 느긋하고 한가한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개똥벌레(반딧불이)의 이러저러한 모습을 묘사한 이 시가 바로 그런 예다. 시는 시종 개똥벌레에게만 집중할 뿐 심오한 비유도, 유별난 꾸밈도 없다. 단순하고 천진스러운 발상 그 자체다. 한시로서는 흔치 않은 분위기 덕분인지 청량한 느낌마저 든다. 마지막 구절은 그 옛날 개똥벌레의 불빛으로 공부했다는 형설지공(螢雪之功)의 주인공 차윤(車胤)의 고사를 응용했다. 그나마 이 고사는 아이들에게도 친숙한 이야기라 시의 동요적 풍취를 훼손하지는 않는다. 이런 부류에 속하는 작품으로 또 이교(李嶠)의 ‘바람(風)’이 있다. ‘가을 나뭇잎을 떨구고/2월의 꽃도 피울 수 있지. 강을 건너며 천 길 파도 일구고/대숲에 들어가 모든 줄기를 엎드리게도 하지’. 온화하면서도 강고한 바람의 속성을 묘사했으되 그 발상은 사뭇 동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