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불리는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에 딸의 손을 잡고 나타났다. 핵무력에 대한 안정성과 자신감을 과시한 것.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의 제니 타운 편집장은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대를 이어 계속될 것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발사 이튿날인 20일 “후대를 위해 핵병기를 양적으로 계속 늘리겠다”며 핵무기 개발과 증강 계획도 예고했다.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 속에 북한의 핵개발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20일 1면 ‘조선노동당의 엄숙한 선언’이라는 정론에서 “행성 최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보유국, 이 말이 안고 있는 무게는 실로 거대하다”며 “핵 선제타격권이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국가가 미국의 핵패권에 맞설 수 있는 실질적 힘을 세계 앞에 뚜렷이 실증하는 가슴 벅찬 호칭”이라고 강조했다. 9월 핵무력 정책 법제화에서 핵무기 선제사용을 공식화한 이후 필요할 경우 핵무기로 선제 타격할 수 있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또 “우리는 평화수호의 위력한 보검인 핵병기들을 질량적으로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밝혀 핵무기 증강 의지도 과감히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현지지도에서 “적들의 침략전쟁 연습 광기에 우리 당과 정부의 초강경 보복의지를 똑똑히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과 남조선 것들을 비롯한 추종 세력들에게 우리를 상대로 하는 군사적 대응 놀음은 곧 자멸이라는 것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다”며 “적들이 핵타격 수단들을 뻔질나게 끌어들이며 계속 위협을 가해온다면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단호히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19일 조선중앙통신과 조선중앙TV는 각각 23장의 사진과 13분짜리 영상을 통해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와 ICBM이 이동돼서 발사되는 순간까지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화성-17형의 단 분리와 정상비행에는 성공했지만 정상각도(30∼45도)가 아닌 고각으로 발사한 만큼 ICBM 핵심 기술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력은 검증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은 물론 미 본토 동시 타격을 가능하게 할 다탄두 탑재 기술력 검증을 위한 추가 시험발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발사 하루 뒤인 19일 미 전략폭격기 B-1B 2대가 한반도 상공에서 우리 공군의 F-35A 스텔스기 4대, 미 공군의 F-16 전투기 4대 등 8대와 함께 한미 연합 공중훈련을 실시했다.
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