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전두환 前대통령 사망… 5•18 사과 없이 떠났다

전두환 前대통령 사망… 5•18 사과 없이 떠났다

Posted November. 24, 2021 07:24   

Updated November. 24, 2021 07:24

中文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지병으로 사망했다. 향년 90세.

 전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40분경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화장실에서 쓰러진 뒤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숨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은 오전 9시 12분경 전 전 대통령의 사망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은 올 8월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 골수종 진단을 받고 병원과 자택을 오가며 치료를 받아왔다.

 전 전 대통령은 굴곡 많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복판에 섰던 ‘문제적 인물’이다. 군 사조직 ‘하나회’를 기반으로 1979년 12·12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했고,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유혈 진압했다. 전 전 대통령이 재임 내내 철권통치를 하자 국민들은 결국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맞섰고 이는 1987년 대통령직선제 개헌 수용으로 이어졌다. 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거액의 비자금과 내란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사면으로 풀려났다. “전 재산 29만 원” 발언, 추징금 미납, 5·18 발포 명령 부인 등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전 전 대통령은 5·18민주화운동 유혈진압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끝내 사과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생전 가족들을 통해서라도 사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 전 대통령의 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도 5·18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남긴 말이 없느냐는 질문에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며 언성을 높였다.

 전 전 대통령은 선고받은 2205억 원 중 23일 현재 956억 원(43%)을 미납했다. 추징금은 상속되지 않아 원칙적으로 당사자가 사망하면 집행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이 제3자 명의로 숨겨둔 재산 등에 대해선 추징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어 검찰은 관련 법리검토를 진행 중이다.

 5·18기념재단 등 5·18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 씨는 자신이 5·18과 무관하다며 구차한 변명과 책임 회피로 일관해 왔다”며 “죽음으로 진실을 묻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고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 재판이 학살 책임자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는 ‘역사적 심판’이 되길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장례는 국가장이 아닌 가족장으로 치러지며 빈소는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 차려졌다. 국가보훈처는 “내란죄 등의 실형을 받았기 때문에 국립묘지법상 국립묘지 안장 배제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선 후보 및 당 대표들은 조문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성열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