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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하며 재배할수 있는 식물 찾으러 사막 작물도 먹어봤죠”

“힐링하며 재배할수 있는 식물 찾으러 사막 작물도 먹어봤죠”

Posted November. 01, 2021 07:25   

Updated November. 01, 2021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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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이나 사무실에서 식물을 키우고 싶은데 죽일까 봐 두렵다.”

 꽃이나 채소 등을 키우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 같은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물주는 걸 잊거나 반대로 물을 너무 자주 줘 식물이 시들었던 아픈 기억도 떠오른다.

 최근 LG전자가 출시한 식물생활가전 ‘LG 틔운’은 이런 소비자의 수요를 타깃으로 한 제품이다. 20종의 씨앗키트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꽃, 채소, 허브를 골라 틔운 내부 선반에 넣기만 하면 된다. 4∼8주 동안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며 누구나 식물을 키워낼 수 있다.

 LG 틔운은 세분화된 고객의 수요를 타깃으로 삼는 과정에서 구체화된 제품이다. 이현지 LG전자 신사업마케팅실장은 “처음에는 중장년 여성 고객이 많은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틔운 광고에 반응하는 소비자들의 성비를 분석해보면 남녀 비율이 반반”이라며 “삭막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다가 귀가한 뒤 씨앗부터 수확까지 과정을 관찰하며 ‘힐링(치유)’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자 회사에서 식물을 키워내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LG 틔운 개발을 이끈 임기영 LG전자 키친어플라이언스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키워낸 식물의 품질도 보증하기 위해 농촌진흥청, 종자회사, 원예학과 교수 등의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 방안을 찾았다”고 말했다.

 관건은 자연과 비슷한 생장조건을 제공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임 책임연구원은 “농진청의 카탈로그를 보니 작물들이 자라는 시기와 계절이 정해져 있었다”며 “사계절 구분 없이 실내에서 작물을 키워 재배할 수 있도록 온도, 햇빛, 기류 등 자연과 비슷한 환경을 기술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LG 틔운에는 LG전자가 가진 냉장고, 정수기,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의 기술이 적용됐다. 관련 특허 출원은 국내에서만 70건 이상이다.

 식물이 자라고 이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작물을 찾는 것도 핵심 과제였다. 임 책임연구원은 “80여 종의 작물을 시험했다. 똑같은 작물의 씨앗을 많게는 2000개까지 심어보기도 했다”며 “사막에서 자라는 아이스플랜트를 키워 먹어보기도 했다”고 했다.


홍석호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