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 인간 사회가 충분히 풍요로운지 단정할 순 없지만,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풍요는 인류사에서 300년도 채 되지 않은 일이다. 학창시절부터 익히 들어온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생산과 소비의 폭발적 증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없었더라면 사회 속 개인은 지금보다 더 치열한 경쟁 상태에 놓였을지도 모른다.
책은 거시적, 미시적 관점으로 인류의 풍요의 기원을 톺아본다. 서울대 서양사학과,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뒤 현재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동서양과 한국의 다양한 사례들을 가로지르며 폭넓게 자본주의의 흐름도 조망한다. 경제사를 다룬 내용이 많지만, 통계나 수치보다는 여러 사례와 인과관계 설명을 통해 비교적 쉽게 풀어냈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역사적 흐름과 사건에서 한발 더 들어가 ‘왜’에 주목했다. 화석연료 시대가 열리며 영국은 이 시대적 전환을 맞아 산업혁명을 연 반면에 중국은 해양 진출을 포기한 뒤로 민간 부문에서 산업화를 이룩하지 못했음을 말한다. 이 밖에도 시기별 국가의 흥망성쇠를 경제사적 관점에서 쉽게 설명한다. 책 후반 저자는 현 사회의 풍요와 함께 찾아온 위기에 대해서도 말한다. 기후 변화, 불평등을 비롯해 자본주의 체제의 지속 여부에도 질문을 던진다. 그는 국제사회, 글로벌 기업, 시민사회의 협력을 통해 조심스럽게 희망을 말한다.
김기윤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