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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방일 무산, 갈등의 악순환 고리 끊기가 이리 어렵나

文방일 무산, 갈등의 악순환 고리 끊기가 이리 어렵나

Posted July. 20, 2021 07:29   

Updated July. 20, 202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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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 계획이 끝내 무산됐다. 청와대는 어제 오전까지도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23일 한일 정상회담 개최 보도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성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도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망언에 대해선 거듭 유감을 표시하며 책임을 물어 경질할 뜻도 내비쳤다. 하지만 청와대는 오후 늦게 “일본 방문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최종 발표했다.

 문 대통령의 방일을 전제로 한 양국 간 외교적 협의가 끝내 무산된 것은 한일 간 깊은 갈등의 골을 거듭 확인시켜준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어제는 올림픽 개막 나흘 전, 즉 해외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3일 방역기준에 따라 우리 실무진 출발 하루 전이어서 사실상 문 대통령 방일 결정의 데드라인이었다. 한일 정부는 막판까지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 시간, 의전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다 조율에 실패한 것이다.

 사실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문 대통령의 방일은 양국 정부가 수교 이래 최악이라는 한일관계를 되돌려놓을 수 있는 귀중한 기회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양국에선 진작부터 문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모두 물러나고 나서야 양국 관계는 정상화될 수 있다는 얘기들도 나왔다. 하지만 한일갈등이 지금처럼 지속될 경우 미래 양국관계에 큰 오점으로 남게 된다는 점에서 어떻게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협의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한일 양국이 2018년 이래 3년 가까이 벌여온 자존심경쟁과 감정싸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한일은 약식 정상회담에 잠정 합의했지만 무산된 뒤 상대방을 향해 유감을 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번 무산을 두고도 양국 정부가 어떤 설명을 하며 책임을 떠넘길지 우려스럽다. 이번 정상회담 무산은 이웃국가로서 최소한의 신뢰조차 갖지 못한 지금의 한일관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사실 한일 두 정상이 만난다고 해서 오랜 굴곡의 역사 속에 생겨난 갈등이 해결될 수는 없었다. 한일 간 갈등 현안, 특히 그 근원인 과거사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법은 양측 모두가 만족하는 합의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다만 양국 간 최소한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 그래서 매사 불거질 때마다 부딪치며 갈등과 대결의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관계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든 양국 정상이 반전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